아이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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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0 (15:56:11)

어릴 내가 사는 동네에 나보다   어린 남자아이가 있었다.  애는 무슨 이유인지 나를 볼때마다 괴롭히곤 했는데 어느 날 나는  아이에게 매를 맞고 코피를 펑펑 흘리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아래 남동생은 코피 흘리는 나를 보더니 화가 나서 바로 아이를 찾아가서 때려주었다. 후로 아이는 더는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때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쯤거 같다.


내가 어릴 적엔 종이 인형이 유행해서 종이에 인쇄된 인형과 그리고 장식품 등을 오려서 옷을 입히고 신발을 갈아 신기며 놀곤 했는데 위로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있는 나는 함께 인형 놀이를 하며 놀아줄 형제가 없어서 집에선 혼자 인형 놀이를 하곤 했다. 어느 학교에 갔다 왔는데 동생이 쑥스러운 표정을 하면서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새로 나온 종이 인형이었다. 사람들 눈을 피해가며 사느라 창피해서 혼났다는 동생의 상기된 표정이 지금까지 생생하다.


아래인 동생은 어릴 나와 등치가 비슷했는데  직장 생활을 하시는 엄마가 늦게 오시는 날엔 동생을 세숫대야 앞에 앉혀놓고 얼굴을 씻겨주곤 했는데  싫다고 하면서도 얼굴을 내미는 동생의 커다란 얼굴을 씻겨주던 누나 노릇을 받아주곤 했다.


낮에 학교에서 제일 먼저 돌아오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동생은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기 싫다고 오빠와 내가 때까지 담장 위에 앉아있곤 했는데 역시 어린 나이었지만 그런 동생이 가엾게 느껴지곤 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미술 대회가 있었는데 참가비를 내야만 그림을 제출할 수가 있었다. 나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엄마에게 보여 드렸고 엄마는 너무 그렸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동생도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는 돈이 없다며 그린 나에게만 그림 참가비를 주셨다. 학교에 가는 동안 동생은 내내 툴툴거리며 자기도 그림을 제출하고 싶다며 무척 서운해했다. 나는 동생에게 엄마에게 받은 돈을 건네주고 그림은  제출하지 않았다. 

동생은 그 그림으로 경기도지사 상을 받고 기쁜 얼굴로 커다란 트로피를 흔들며 집으로 뛰어왔다. 그때 일은 두고두고 동생을 위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동생과의 어릴 추억은 아득한 과거로의 여행으로 미소를 짓게 한다. 8년째 해외 지사로 나가 있는 동생은 번도 내색을 하지 않더니 아버지 기일에 어렵게 시간을 내서 미국에 왔는데 남들은 놀러도 오더라..” 하는 말이 마음을 찌르는 듯했고 자리에서 다음 달에 싱가폴 게” 하고 말하였다. 반신반의하는 동생의 표정에 확신의 뜻을 알리며 싱가폴 방문은 다음달로 정해졌고 약속을 지켰다.


작지만 친환경적인 도시 구조와 생활의 편리함이 함께 공존하는 싱가폴의 거리는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고 도시 안에 있는 식물원은 마치 코스타리카 정글 안에 들어온 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금융의 나라답게 분주하고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은 세련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마리나 베이 샌드 호텔에서 내뿜는 밤의 레이져는 말로는 푠현하기 힘든 화려한 불빛에 넋이 빠지는 듯했다. 우리 일정이 빠듯하여 짧은 시간  뭔가를 많이 보여주고 싶어 여기저기 바삐 다니며 싱가폴의 명소를 안내하는 동생 부부가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어는새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생의 어깨가 무거워 보여서 어릴 쨘하게 느껴지던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십여년이 넘게 헤어져 사는 동생과의 시간 사이에 어린 시절 함께하며 울고 웃던  날들이 도시의 화려한 빛보다 아름답게 우리 남매의 마음속에 초롱불로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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