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m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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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07:06:11)

사순 제3주일

 

1독서 탈출 17,3-7

2독서 로마 5,1-2.5-8

복 음 요한 4,5-42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죄를 지어서 우울합니까? 거울에 비치는 자기 자신을 보는 기회입니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일이 있습니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배우는 기회입니다. 인생이 고달프고 사는 재미가 없습니까? 삶의 참된 의미를 배우는 기회입니다. 남에게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합니까? 겸손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하는 일이 잘 안되어서 답답하고 짜증스럽습니까? 삶이 깊어지는 기회입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고 두려울 때가 있습니까? 주님께 더욱 의지하라는 기회입니다.

 

1독서에서 보는 백성들과 모세의 모습은 이런 상황을 보여줍니다. 백성들은 당장 마실 물이 없다고 해서 하느님 앞에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모세는 그런 백성들의 불평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그래서 주님께 나아갑니다. 복음에서 보는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의 처지 또한 이 모든 상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 여인은 유다인들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마리아 출신이었고, 남편이 여섯이나 있어서 남 앞에서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왕래 하지 않는 정오 무렵을 택해서 물을 길으러 나왔으며, 물을 좀 달라는 예수님께 짜증스럽게(?) 왜 나에게 물을 청하느냐고 말합니다. 그 여인은 불행한 처지로 인해 예수님을 만납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은 구원이 필요한 곳에 오십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 9,12-13) 사마리아 여인에게는 예수님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 근심 걱정, 실패와 좌절, 소외와 모욕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세상 모든 만물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집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이 만들어졌고, 빵이 필요하기 때문에 빵이 만들어졌고, 자동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로부터 비롯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의 필요에 의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빛과 어둠을 만드시고,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온갖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을 만드신 것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존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사람 역시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되었습니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그저 있는 그 자체로서 충분합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처한 상황은 인간적으로 볼 때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하는 일 마다 안 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살아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대단한 것을 이루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랑으로 사마리아 여인을 대하신 것이며, 사마리아 여인은 그 사랑으로 인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또한 그 샘물로 자기 마을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그들도 소외 되고 천대받던 사람들이었지만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존재 가치를 회복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그들은 자기들의 처지가 나아져서 구원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앎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하느님의 영광이 됩니다. 비교하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 성실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며 가장 하느님의 뜻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때 하신 말씀, ‘보시니 좋다라는 말씀을 듣기에 합당합니다. 자의로 타의로 허물이 많이 있던 사마리아 여인을 아무 차별 없이 대했던 예수님은 우리 각자도 그렇게 사랑으로 대해주십니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존재 자체로서 예수님께서 마실 물을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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