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깊은 산골짜기에는 도토리나무가 많이 있어서 다람쥐들이 모여드는 곳이랍니다.여우, 산토끼, 오소리, 뱀, 참새, 까치들도 같이 살고 있는 산마을이었어요. 그중에는 욕심이 제일 많은 다람쥐가 다른 곳에서 도토리를 따먹으려고 찾아가면 어찌나 행패가 심한지 아무도 도토리 마을에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심술궂은 다람쥐는 다른 굴까지 찾아가 겨울 양식으로 모아 놓은 도토리까지 빼앗아다 제 창고에 쌓아 두는 욕심꾸러기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행패를 부리는 다람쥐에게 왕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답니다.
어느 날 건너 마을 뒷산에서 다람쥐 한 중대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산에는 도토리가 많이 열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한 중대의 다람쥐들은 질서 있게 중대장의 구령에 맞추어 띵까띵까 노래를 부르며 도토리 마을로 원정을 와서 도토리를 따먹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왕초 다람쥐는 머리끝까지 뿔이 났습니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꼬리와 두 발을 번쩍 들고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너희들은 어디에서 온 깡패들인데 예고도 없이 남의 양식을 겁탈하는 것이냐?” “이곳은 내 땅이라서 도토리를 한 개라도 딸 수도 가져갈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때 중대장 다람쥐가 앞에 나와서 말했습니다.
“이곳은 나라 땅이고 도토리는 임자도 없는 것인데 네가 무슨 권리로 못 따먹게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 보아라.”
그때 왕초 다람쥐는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몇십 년 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주인과 똑같은 권리가 있단 말이다. 그러니 어디 자신 있으면 도토리를 따먹어 보아라.”
원정부대 다람쥐들은 나무에 올라가 도토리를 따서 냠냠 까먹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왕초 다람쥐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허, 너희들 이제부터 내가 누구라는 것을 보여줄 터이니 어디 내 맛 좀 보아라.”
왕초 다람쥐는 원정 부대 다람쥐들을 닥치는 대로 할퀴고 때리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중대장 다람쥐가 앞으로 나와서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제부터 너희들도 내가 훈련시킨 그 방법대로 대항하란 말이다.”
공격! ~~~~~~~~~~·
원정부대 다람쥐들은 왕초 다람쥐를 할퀴고 물어뜯고 죽도록 때려 눕혔습니다. 왕초 다람쥐가 제아무리 힘이 세어도 워낙 숫자가 많은 중대원들에게는 당할 힘이 없어서 여러 곳을 뜯기고 꼬리도 잘려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왕초 다람쥐는 많이 얻어맞아 멍이 든 몸을 이끌고 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안은 문턱에서 침실까지 욕심껏 물어다 쌓아 놓은 도토리로 발을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몸은 성한 데가 없이 얻어맞았으니 잘 걸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어휴 아파 죽겠네.”
“내가 이게 무슨 꼴이람.”
“욕심을 많이 부린 것이 문제라니까.”
“이 많은 도토리를 쌓아 놓고도 아무도 못 따가게 행패를 부렸으니 내가 잘못이지.”
“이렇게 아플 때 누구 하나 병문안 와 주는 친구도 없으니 한심한 노릇이야.” “어쩌면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그때 밖에서 무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습니다.
“깍깍 까악~ 깍 깍 깍~~”
“이게 무슨 소리야?”
“구세주 같은 목소리인데 누가 나를 찾아왔을까?”
“밖에 그 누구요?”
왕초 다람쥐는 굴속에서 뜯기고 잘린 꼬리를 어루만지며 엉금엉금 기어 나왔습니다.
“다람쥐야, 그 동안 잘 있었니?”
“몇 년 전에 이곳에 살다가 네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났던 까치란 말이야.”
왕초 다람쥐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아~~ 그렇지 참 반갑다.”
“그런데 너 많이 변했구나.”
“멋있는 색동 모자도 쓰고 더 멋쟁이가 되었는데 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냐?” “응, 이 모자는 저 아랫마을 이장님께서 상품으로 주신거야.”
“그게 무슨 상인데?”
“나는 다른 새들같이 농작물도 해치지 않고 아침에 마을에서 노래를 부르면 행운이 찾아오는 좋은 일만 생긴다고 이장님께서 색동 모자하고 이름도 색동까치라고 지어주셨어.”
“와 - 좋은 일을 하면 우리 같은 짐승들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구나.”
몇 년 전에 색동까치가 도토리나무 위에 집을 지어 놓은 것을 왕초 다람쥐가 내 허락 없이 집을 지은 것은 위법이라며 물어뜯고 발길로 차서 끼치 집을 모두 허물어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나쁜 짓은 색동까치가 낳아 놓은 알을 왕초 다람쥐가 올라가서 모두 까먹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때 색동까치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왕초 다람쥐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까치는 엉엉 울며 멀리 떠나가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왕초 다람쥐가 말했습니다.
“응, 그랬었지. 그때는 참으로 미안했다.~~~~~”
“내가 너한테 너무 몹쓸 짓을 했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많이 뉘우치고 반성을 하였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단다.” “그러니 너의 착한 마음으로 나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내일부터 이 나무 위에다 멋있는 집도 짓고 나하고 사이좋게 이웃해서 같이 살자.” “응, 색동까치야.”
“내가 생각 좀 해보고 대답해 줄게. 너의 그 변덕스러운 마음이 언제 또 변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히히히?”
색동까치는 며칠 동안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이곳이 제일 살기가 좋은 곳 같아서 왕초 다람쥐와 이웃해서 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대답을 들은 왕초 다람쥐도 신바람이 났습니다.
“색동까치야, 이제부터 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무엇이든지 다 구해다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나에게 말해야 한다. 알았지?~~~”
색동까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집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왕초 다람쥐는 색동까치에게 벌레를 잡아다 먹여주며 도와주었습니다. 석 달 만에 튼튼하고 예쁜 까치둥지를 지어 놓았습니다. 이제 나도 새 집도 지어 놓았으니 아들딸도 낳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아 ~ 바로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하늘에는 기러기 한 가족이 정답게 날아가는 것을 보니 색동까치도 먼 곳에 있는 친척들과 친구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색동까치는 집을 짓느라 힘도 들었으니 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색동까치는 오랜만에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보며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넓은 들판 산과 바다 어느 곳을 가보아도 역시 색동까치가 마련한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몸도 마음도 편히 쉬고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뻐꾸기가 색동까치 둥지에다 알을 낳아 놓고 어디론가 가 버렸어요. 색동까치는 쯧쯧쯧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몇 년 전에도 뻐꾸기가 내 집에다 알을 낳아놓고 가버려서 내가 뻐꾸기 새끼를 부화시켜 주었었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어.” “뻐꾸기 그놈은 엄마가 될 자격도 없다니까.” “나쁜 놈! 할 수 없지, 이것도 한 생명체인데 내가 또 새끼가 태어나게 부화시켜 주어야지.”
색동까치는 둥지 안에서 며칠 동안 굶어가며 뻐꾸기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왕초 다람쥐는 매일같이 색동까치에게 벌레를 잡아다 주며 말했습니다.
“색동까치야! 너는 뻐꾸기의 알까지 품어서 새끼를 낳게 해 주니 참으로 좋은 친구로구나.”
어느 날이었습니다. 왕초 다람쥐가 지렁이를 한입 물고 색동까치를 찾아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굵은 뱀이 둥지 속의 알을 먹으려고 꿈틀꿈틀 까치둥지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저 나쁜 놈의 뱀, 내 친구 색동까치를 구해야지.”
왕초 다람쥐는 쏜살같이 나무위로 올라가 뱀의 꼬리를 물고 뛰어 내렸더니 뱀도 덩달아 땅으로 철썩 떨어져 색동까치를 위험에서 구해 낼 수 있었습니다. 색동까치는 여러 날 동안 알을 품어서 예쁜 뻐꾸기 새끼 두 마리가 탄생하였습니다. 색동까치는 뻐꾸기 새끼들에게 정성을 들여 벌레를 잡아다 먹이고 돌보아 주었지요. 뻐꾸기 새끼들은 색동까치가 저희 엄마인 줄 알고 심술도 부리고 밖으로 놀러 나가자고 떼를 쓰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새끼들에게 노래도 불러주며 재미있게 놀아줍니다.
“어휴 이 철없는 녀석들아. 너희들 엄마는 내가 아니고 뻐꾸기란 말이다.” “아가들아 ~ 이제 너희들도 많이 커졌으니 너희 엄마를 찾아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색동까치는 뻐꾸기 새끼들 부리에 뽀뽀를 해 주고 하늘 멀리 날려 보내 주었습니다. 왕초 다람쥐도 까치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되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왕초 다람쥐도 원정부대 다람쥐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여러분들 ! 오늘부터 이 땅을 완전히 개방할 터이니 이곳에다 땅굴을 파서 집도 짓고 겨울양식을 저축하는 창고도 만들어서 나하고 좋은 이웃으로 사이좋게 살아갑시다.”
“와 ~~참 훌륭한 생각을 해 내셨습니다. 역시 왕초는 왕초시라니까.”
원정 부대 다람쥐들은 일제히 자갈자갈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습니다. 색동까치도 새 둥지에다 제 새끼 두 마리를 낳아 놓았습니다. 엄마 까치는 새끼들에게 이름을 각각 지어 주었습니다. 첫째는 삐륵이고 둘째는 삐죽이라고 지어 주었어요. 두 형제들은 게으르고 일하기를 싫어한답니다. 어미 색동까치는 늦잠을 자고 있는 삐륵이와 삐죽이를 불러 깨웠습니다.
“얘들아, 너희들도 다람쥐들이 겨울 양식을 물어 나르는 모습을 보고 배우거라. 빨리 일어나서 삐륵이와 삐죽이도 저 아래 마을로 행복을 전하러 가야 되지 않겠니?”
삐륵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 행복을 전하는 게 뭐예요?”
“우리 까치들이 아침에 마을로 내려가 까악까악 짖으면 그 집에 손님이 오거나 행운이 찾아온다는 거야.”
삐륵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그럼 우리들도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겠네요.”
“삐죽아, 우리도 빨리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러 가자.”
“야~ 출발이다.~~~”
삐륵이와 삐죽이 두 형제는 아랫마을로 행복을 전하러 힘차게 날아갔습니다. 오늘도 왕초 다람쥐와 색동까치는 이웃하여 사이좋게 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