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시원한 비 한번 뿌리지 않고 이렇게 지나가는가 보다. 찬 바람이 제법 매서운 이 곳 엘에이에도 겨울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늘 1월이면 생각나는 온유하시고 말을 아끼실줄 아셨던 J 선생님이 생각난다. 어느새 J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4년이 넘어가니 참 세월이 빠르기도 하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췌장암이래 하며 받아 들이셨지만 하루 하루 달력에 X자를 그려가며 집으로 돌아가실 날을 꼽으시던 J 선생님은 채 두달을 넘기지 못하시고 늘 따뜻한 말씀으로 기쁨을 주시던 내게 눈인사 한번 건네지 못하시고 떠나가셨다. 하느님께로 가실 날들을 손꼽으며 그렇게도 간절히 달력에 X 자를 그리셨나...
오늘 문득 바쁘다는 핑게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나의 일상이 무겁게 느껴지는 건, 하루 하루 내 인생의 달력에 X자를 그려나가는 시간의 끝이 언젠가 내가 도착할 종착역이리는 생각에서 인 것 같다.
우리의 이곳에서의 삶은 죽음을 포함한 그 때까지 라는걸 난 자꾸만 잊어버린다. 내가 지닌 가치가 최고의 진리인양 고집하는 내 모습에 나 자신이 이렇게 놀라는데 나를 만드신 주님은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한 장의 달력을 넘기고 두번째의 새로운 날들로 꽉여진 날 들 속에 여유로움이라는 X짜로 표시를 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