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순 시기의 시작은 내겐 좀 더 특별하게 다가 왔다. 오랫 동안 내 몸의 일부로 자리잡았던 섬유종을 제게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이주째 계속되는 허리의 통증으로 예감 할 수 있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감을 기억하라는 재의 수요일 예식에 참여 하고 싶은 마음은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고 나 자신을 비우고 싶은 마음에서 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수술 날짜는 그 날 아침으로 잡혀있었다.
예수님의 수난이 시작되는 사순절에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든건 모두 주님을 위한 희생으로 바치며 예수님의 수난에 함께 해야지하고 다짐한 내 맘 속 기도를 주님은 어찌나 그리도 잘 들어 주시는지, 생각보다 많이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수술후 병원에서의 삼일 동안의 불면증은 수술 부위의 아픔도 그렇지만 밀려오는 온갖 불안함에 심적으로 더 힘든 시간 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멍멍하고 주위의 온갖 소리들이 모두 깨어 꿈틀거리는 듯한 진공상태 속의 심한 소음이라고 할까? 내 몸이 내 몸같지 않은 불편함속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통속에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십자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나를 누르는 십자가, 과연 십자가를 내려 놓으면 내 어깨가 가벼워 질까? 날아갈 듯 가뿐해 질까? 그러면 행복할까? 지금까지의 지나온 삶을 기억해보면 내가 성장하고 , 변화되는 계기는 한결같이 나를 누르던 십자가 였다. 기쁨과 만족이 나를 성장시키기 보다는 때론 원망스러워 던져 버리고 싶었던 십자가의 체험들이 더 나를 강하게 단련 시켰던것 같다. 또한 그 길 위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십자가를 져 주었던 가족, 친구, 이웃이 있었기에 살아갈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고난과 외로움의 길을 홀로 묵묵히 가셨던 주님의 십자기의 길. 그 수난의 길이 있었기에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이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신 것처럼 내게 지워진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이 사순시기에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