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햇살이 아름다운 오후 오늘도 엄마는 뒷 마당에서 나무들과 꽃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육년전 뒷마당이 넒은 집으로 이사를 온건 흙과 나무와 꽃 그리고 새를 좋아하는 엄마를 믿고 욕심을 부린건지 모르겠다. 바람이 많이 불고 땅이 돌처럼 딱딱한 이 곳의 지형을 몰랐던 첫해의 엄마의 텃밭엔 상추,고추, 토마토도 열매를 맺지 못했다. 그 다음해에 심기 시작한 과일 나무들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햇지만 엄마는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흙을 고르고 거름을 주고 나무와 꽃을 심으셨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뜨거운 태양빛 탓인지 채소류는 키울수 없었지만 주렁주렁 열매 맺은 레몬나무와 사과나무 매년 봄이면 뽀족히 고개를 내미는 글라디올라스로 가득덮인 뒷마당에 엄마의 애정은 남다르다. 엄마는 아침이면 새들에게 모이를 주어 그 애들을 먹였건만 정성들여 심어 놓은 꽃의 잎들을 모조리 쪼아먹어 꽃봉오리만 앙상하게 남았기에 어느날 땅을 엎어버리고 데이지를 잔뜩 심었는데 어느샌가 산토끼들이 내려와 꽃을 다 따먹어 버리고 이번엔 가지들만 썰렁하게 남아있지 않는가?
이쯤되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얼마전 퇴근후에 와보니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도 더 이상 새와 토끼들이 따먹지 않는다며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햇볕 아래서만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는 그 꽃들은 앞으로도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
어릴적 뒷 마당에 가지각색의 채송화 무리들이 피어나던 꽃밭은 동네에서도 부러워하는 엄마의 보물이였다. 죽어가는 화초도 엄마가 거두면 잘 자라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닌 끊임없는 사랑과 애정 이었음을, 이 척박했던 땅에 사 계절 온갖 꽃을 피워내는 엄마의 정원을 보며 늘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는 엄마의 사랑이 꽃으로 피어 나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