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을 맞아 필리핀 지사로 나가있는 남동생 식구들이 부모님도 뵐 겸 방학동안 아이들 공부도 시킬 겸해서 이곳에 와 있다. 고모라고는 하지만 자라나는 과장을 보지 못한 12살, 16살 두 조카에겐 내가 어려운 존재인가 보다.
몇 번 만나지 못한 조카, 올케에게 제대로 고모 노릇 한번 해봐야지 하는 결심과는 달리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탓인지 행동이나 생각이 다소 의아하게 여겨지곤 한다. 어수룩한 아이린은 사촌들이 좋기는한데 같이 잘 놀아주지 않으니 주변을 빙빙 겉돌고 나름 자기 영역 표시를 위해 텃새를 부리기도 한다. 영리한 둘째 조카 녀석은 뭔가 불리할 때만 나를 불러대고 살짝 아이린을 무시하고 넘어가려 할 땐 조카지만 밉게 보이니, 제대로된 고모 노릇은 아예 포기하는게 낫지 싶기도 한다.
하지만 의젓하게 자라난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릴 적 남동생의 모습을 엿보며 혼자 웃을 때도 많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자상한 성격까지 꼭 닮은 큰 조카는 뭐라 잔소리 할게 하나도 없다. 브랜든과는 하루 차이로 태어나 참 인연이 깊다는 생각도 들고 남자 형제가 없는 브랜든은 요즘 신이 나있다.
온 가족이 밥을 먹으려면 식탁에 의자가 세 개나 모자르고 문턱이 닳게 아이들 라이드를 위해 들락거리는 올케. 두 녀석이 타툴땐 공정한 판단을 위해 머리를 써야하는 엄마의 얼굴엔 웃음과 걱정이 다투듯 지나간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로 북적거리는 하루하루가 본격적인 여름 날씨로 우리 집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지만 사람 사이의 오가는 정, 그것보다 더한 따듯함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만난 "인연" 그 이유로 다른 불편함은 극복 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아직 한 달 정도 더 있을 거란 올케의 얘기에 살짝 한숨이 나오고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