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1독서 이사 42,1-4.6-7
2독서 사도 10,34-38
복 음 마르 1,7-11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로써 성탄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로 넘어가는 날입니다. 주님 성탄-주님 공현-주님 세례 축일을 거치면서 주님의 육화의 신비가 어떻게 드러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육화의 신비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는 것입니다. 성탄 축일과 공현 축일이 ‘말씀이 사람이 되신’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주님 세례 축일은 ‘우리 가운데 사신’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우리의 삶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사신다는 것은 좋을 때만 함께 사시는 것이 아니라 나쁠 때도 함께 사신다는 것입니다. 부끄럽고 슬프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사심으로써 육화의 신비를 완성해 가십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1독서. 이사 42,3) 참하느님이시고 참사람이신 예수님께서 육화하심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려고 요한을 찾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와 똑 같이 세례를 받으십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너와 나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이는 구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서는 사랑이신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세례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나가 되기 위해 전제되는 덕목이 겸손입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은 겸손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고 물 위로 올라오시자 하늘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성부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님을 사랑하시고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는 바로 예수님의 겸손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겸손으로 인해 하느님과 사람이 하나가 됩니다.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의 세례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 부어 주신 그 성령을 우리에게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나자렛 출신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신 일도 알고 있습니다.”(2독서. 사도 10,38)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주님 세례를 어떻게 따라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남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바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는’ 예수님의 육화의 신비를 사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도 하느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듣게 될 것입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복음. 마르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