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1독서 사도 4,8-12
2독서 1요한 3,1-2
복 음 요한 10,11-18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복음. 요한 10,14)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자 ‘성소 주일’ 입니다. ‘성소’ 는 ‘하느님의 부르심’ 입니다. ‘성소 주일’ 은 특별히 ‘착한 목자’의 역할을 할 사제, 수도자, 선교사 증진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가정에서 자녀들은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살아가듯이 하느님의 자녀들 또한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사제나 수도자나 선교자가 되는 삶입니다.
부모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이 자녀들의 도리 이듯이 하느님의 자녀들은 당연히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하느님은 나에게 어떤 분인지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에 대한 믿음
병에 걸리면 의사에게 가야 합니다. 의사는 병자에게 구원자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영혼이 병 듭니다. 영혼의 병은 그 어떤 누구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한 분 예수님 만이 병든 영혼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 밖에 없습니다.”(1독서. 사도 4,12)
예수님의 이름이 병든 영혼을 낫게 하는 영약입니다. 그 약은 돈도 들지 않고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믿음만 있으면 됩니다. 진리는 너무 쉽고 간단해서 교만한 사람들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이처럼 순진하고 겸손한 사람들은 진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이 진리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진리에 이르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불과 네 구절 밖에 안 되는 짧은 기도문이지만 겸손한 믿음으로 바치는 이 기도를 통해 영혼의 병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는 오랜 전통을 지닌 기도입니다. 영성가들은 단순하고 짧은 이 기도문을 통해 높은 영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는 당연히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눕니다. 하느님과의 대화가 기도입니다. 자녀는 처음부터 부모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와서 말을 건네면서 서서히 부모의 마음을 알아갑니다. 부모의 마음은 사랑입니다.
죄인인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삼아 주신 것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그저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면서 알게 됩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자녀입니다.”(2독서. 1요한 3,1)
기도의 목적은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입니다. ‘내 뜻’ 만을 바라는 사람은 설령 그것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얼마 안 가서 또 ‘내 뜻’을 바라게 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나의 바람이 다 이루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부족해도 충분하고, 가난해도 행복하고, 슬픔 중에서도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할 수 있는 분입니다.
‘내 뜻’과 ‘하느님의 뜻’은 기도를 하면서 식별할 수가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고서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정체성이 뚜렷해 지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지혜가 생깁니다.
착한 목자
예수님의 이름에 대한 믿음이 있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착한 목자 예수님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르는 양들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복음. 요한 10,14)
착한 목자를 따라가는 양들은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까지도 내어 놓는 목자’(복음) 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 놓은 착한 목자입니다. 양들이 해야 할 일은 착한 목자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는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신 대로 이웃에게 그렇게 해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이름에 대한 믿음은 헛된 것이 되고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은총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은총은 주어졌지만 믿음을 실천하지 않으면 받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억울한 내 사정을 들어 주시며, 내가 소외 받을 때 내 옆에 계시는 나의 착한 목자입니다.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복음. 요한 10,16)
나도 예수님처럼 남의 죄를 용서해 주고, 억울한 사정을 들어주며, 소외받는 사람 곁에 있어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착한 목자를 따르는 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