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1독서 탈출 24,3-8
2독서 히브 9,11-15
복음 마르 14,12-16.22-26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복음. 마르 14,22)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 성혈 대축일’의 기원은 벨기에의 성녀 율리아나(1193-1258)에게서 비롯됩니다. 성체께 대한 신심이 남달리 강했던 율리아나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성체를 특별히 공경하는 축일을 제정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리아나는 수년간 관할 주교님(후에 교황 우르바누스 4세)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주교님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율리아나는 생전에 성체께 대한 축일이 제정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오묘한 방법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1263년 독일의 베드로 신부는 로마 순례 중 볼세냐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그는 사제이지만 성체 안에 정말로 예수님께서 현존하시는지에 대해 의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사 중에 축성된 성체에서 갑자기 피가 흘러나와 제대와 성체포를 적셨습니다. 베드로 신부는 즉시 교황 우르바노 4세께 보고를 합니다. 교황님은 조사단을 보내어 기적임을 확인했고 피 묻은 성체포를 오르비에토(Orvieto)에 있는 대성당에 모시게 하였으며 오늘날까지도 이 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볼세냐의 성체 기적 후 성체 성혈 대축일이 제정되었고 이 성체 기적에 고무되신 교황 우르바노 4세는 당시의 도미니코회 수사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성체 성혈 미사와 성무일도를 만들게 합니다. 그 때 만들어진 성 토마스의 ‘Pange Lingua’, ‘Tantum Ergo’, ‘Panis Angelicus’ 그리고 ‘O Salutaris Hostia’ 등은 오늘 날에도 부르는 아름다운 성체 성혈 찬미가들입니다.
모든 축일이 그러하듯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도 그 정신을 우리 일상 삶 안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축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2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빵의 나눔, 희생 제사, 감사기도(Eucharistia)라고도 불리어 집니다.
1. 빵의 나눔
성체성사는 한 식탁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 식사입니다. 오늘 복음은 최후만찬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찬의 전례(성체성사)에서 우리는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친교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빵과 포도주를 함께 먹는 것은 단지 음식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묶어 하나로 만듭니다. 성체성사를 통하여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한 가족 한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2. 희생제사
예수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희생되신 ‘하느님의 어린양’ 입니다. 구약에서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종살이에서 풀어주기를 거부하자 마지막으로 내린 징벌이 모든 맏이와 짐승의 맏배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은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지방에 발라둠으로써 징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어린양의 피는 구원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피 흘려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셨습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 주신 예수님의 희생을 기리며 우리도 또한 예수님처럼 이 세상을 위해, 사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가족을 위해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어야 합니다.
3. 감사의 기도
성체성사는 그리스어 에우카리스티아 Eucharisti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에우카리스티아 Eucharistia는 ‘감사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는 내 몸이다. 내 피다.’라고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주십니다. 단순한 음식인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신 다음 예수님의 거룩한 몸과 피로 변화됩니다. 우리는 미사에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예수님과 하나가 됩니다. 죄 많은 몸으로써 예수님과 하나 되는 것은 지극히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미사를 통하여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파견됩니다. 그러므로 일상의 삶 안에서도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감사하는 곳에 하느님께서 일하십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예수님의 뜻이 우리의 일상 삶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이웃과 친교를 나누는 것이고, 이웃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며 그리고 매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증거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