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일
1독서 아모 7,12-15
2독서 에페 1,3-14
복 음 마르 6,7-13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였다.”(복음. 마르 6,7)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것을 제자들에게 주십니다. 더러운 영들은 하느님 다음으로 힘이 센 존재입니다. 그것들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면 다른 것들은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자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더러운 영들을 이기는 무기입니다. 예수님께서 그것을 주신 것입니다.
제자들을 파견하시되 혼자 보내지 않고 둘씩 짝을 지어 보냅니다. ‘둘’ 은 ‘우리’ 를 의미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합니다.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하느님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삼위일체 하느님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우리’ 하느님입니다. ‘우리’ 이면서 ‘하나’ 인 하느님이 삼위일체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 고 하셨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해 주신 자리입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2독서. 에페 1,4) 우리를 선택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셨고 우리 가운데 사십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그 일을 주셨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주셨습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복음. 마르 6,8)
길을 떠날 때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준비를 갖추지 못하게 하십니다. 음식도 돈도 여벌의 옷도 못 가져가게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은 대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의존하게 됩니다. 돈을 가지고 있으면 돈에 의존하고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권력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가진 것이 없으면 하느님께 의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 것은 제자들이 온전히 하느님께만 믿음을 두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결코 홀로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우리’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홀로 있어도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우리’ 로서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곁에서 늘 우리를 지켜주시는 우리 아버지입니다.
어느 인디언 마을의 성인식(어른이 되기 위한 행사) 이야기입니다. 이 마을의 소년들은 13살이 되면 깊은 산 속에서 혼자 하루 밤을 보내야 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어른들은 13살 소년의 눈을 가린 채 숲 속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소년을 혼자 버려 둔 채 마을로 돌아가 버립니다. 소년은 캄캄한 밤과 짐승 소리가 너무나 무서워 뜬 눈으로 밤을 새웁니다. 새벽이 되자 어슴푸레 주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때 소년은 건너편 바위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소년의 아버지가 밤새도록 활을 든 채 아들을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소년은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항상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한 것은 제자들이 위험에 처할 때 지켜주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돈보다 빵보다 여벌의 옷 보다 더 안전하게 우리를 보호해 주시는 주님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러한 믿음을 갖기를 원하십니다.
“나는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양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1독서. 아모 7,14-15) 하느님께서 아모스를 예언자로 세우는 이유는 그가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하느님입니다. 내가 강해지면 하느님은 약해지고 내가 약해지면 하느님을 강해집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약함을 통해서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비워내야 합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