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
1독서 예레 23,1-6
2독서 에페 2,13-18
복 음 마르 6,30-34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복음. 마르 6,31)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사도들이 먼저 예수님께 나아와 자기들이 한 일에 대해서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일을 다 보고하였다.”(복음. 마르 6,30)
아기가 엄마 품 안에 있을 때 아무 걱정이 없듯이 우리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예수님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평화이십니다.”(2독서. 에페 2,14) 예수님 안에 있기 위해서는 예수님께 말씀드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두려움이 생기거나 걱정이 있을 때는 예수님 안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숙고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자기의 일을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지은 죄나, 어려움이나, 걱정거리나, 하고 싶은 일 등 자기의 사정을 말씀드립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이 때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도 가운데 기다려야 합니다. “아버지” 를 부르면서 조용히 머무르거나 “주 예수 그리스도님,” 또는 “오소서, 성령이시여.” 를 되뇌이면서 기다립니다. 이 자체로도 기도이지만 이런 기도는 하느님께로 마음을 여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차례입니다. 예수님은 성경 구절이 떠 오르게 하거나, 마음을 움직이는 어떤 말을 통하여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하는 사람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데는 소홀한 사람이 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므로 듣지 않는 기도는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혼자 내 뱉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자기 독백인 셈입니다. 물론 기도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기도 하지만 듣는 기도로 나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면서 예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든 일에 있어서 길이 되고, 진리가 되고, 생명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기다리고,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고,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해도 나와 함께 가 주시는 분’(화답송) 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 믿음은 우리의 마음을 정돈시켜 주고 마음의 눈을 밝혀 줍니다. 믿음은 영혼의 힘이며, 영혼에 힘이 생기면 길이 보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양들이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는 것과 같습니다. 양과 목자는 항상 같이 있기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에 익숙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목소리에 익숙하게 됩니다.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고 살고 합니다. 외로운 사람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괜찮다’, ‘힘 내어라’ 는 말 한마디에 생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사람의 말이 이러한데 하물며 하느님의 말씀이야 얼마나 큰 힘이 되겠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에는 창조하는 힘이 있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삶에 지친 우리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외딴곳은 아무에게서도 방해를 받지 않고 나를 직면하고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을 만날 때 나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