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복음, 마태 21,38)
포도밭 소작인들이 포도밭 주인에게 내어야 할 소출을 내지 않고 오히려 주인의 아들을 죽여 버립니다. 그들은 주인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지만 돌아 온 것은 파멸이었습니다. “그렇게 악한 자들을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복음. 마태 21,41)
우리 각자는 포도밭 소작인으로서 삶을 삽니다. 자영업자로서, 전문가로서, 공무원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식으로서 등등. 각자의 삶의 자리는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소작인으로서의 자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마땅한 소출을 바치기를 바라십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면 파멸이 오지만 하느님의 뜻대로 살면 하느님의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2독서. 필리 4,7)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착한 소작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2독서. 필리 4,6) 즉, ‘걱정하지 않는 것’, ‘감사하는 것’, ‘기도하고 간구하는 것’, ‘하느님께 소원을 아뢰는 것’입니다.
걱정
걱정의 뿌리에는 죽음이 있습니다. 일이 잘못될까봐, 비난받을까봐, 불이익을 당할까봐,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봐 등등 온간 종류의 걱정은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옵니다. 사람은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 죽음은 그저 하늘나라도 들어가는 문 일뿐이며, 밤이 낮의 짝인 것처럼 죽음은 생명의 짝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믿음을 두는 사람은 걱정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사람은 뭔가를 이루어야 존재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사
하느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설령 죄를 지었다하더라도 하느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람이 불행한 이유는 남과 비교하고 경쟁해서 성과 위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매기고, 자기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자신의 결점이나 약한 모습을 감추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에서는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감사는 뭔가 일이 잘 되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시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감사를 해야 합니다. 수영을 하면서 수영을 잘 할 수 있는 것처럼 감사를 하면서 감사의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기도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서 속마음을 터놓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 친구가 있으면 힘이 생깁니다. 기도도 그와 같습니다. 예수님과 친밀해지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기도해야 하고, 잘한 것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것, 죄 까지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예수님은 기도하는 사람이 사는 집의 모퉁이 돌이 되어 그의 삶을 받쳐 줍니다.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일상의 삶 안에서 일 하시는 하느님을 보고 하느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복음. 마태 21,42)
주인의 아들까지 죽이는 악한 소작인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 하여 걱정하고,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자기 힘만을 믿기 때문에 기도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1독서. 이사 5,4)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며 제 때에 필요한 것을 주십니다.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경우에 인간적인 욕심에서 만들어지는 환상입니다. 실제가 아닌 환상에 따라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포도밭에서 소출을 내지 못합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 것도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다 갖추어서 바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