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1독서 이사 45,1.4 -6
2독서 1테살 1,1-5ㄴ
복 음 마태 22,15-21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복음. 마태 22,21)
사람은 누구나 소속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친구를 사귀고, 결혼을 하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 본능이 채워지지 않으면 심리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 중 큰 이유는 이 세상에 혼자 뿐이라는 외로움입니다. 본능이라는 것은 영적인 차원입니다. 육과 영으로 된 사람은 육적인 만족으로 소속 본능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영혼이 흡족해야 비로소 소속 본능이 채워지는 것입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라’는 것은 황제가 소속의 주인이라는 것이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는 것은 하느님이 소속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황제의 것’과 ‘하느님의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황제에게 소속을 두는 사람은 외적으로나 물질적으로는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영적으로 위안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속한 사람은 육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위안을 받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울 달래기 위해 세속적인 쾌락을 탐하기도 했고 마니교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점점 더 외로워졌고 피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어머니 모니카 성녀의 끊임없는 기도 덕분에 ‘하느님의 것’이 되었고 영혼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다음과 같이 기도했습니다. “주님 안에 쉬기까지는 제 마음이 찹찹하지 않삽나이다.” (‘찹찹하다’는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벌고, 이름을 크게 떨친다 하더라도 그러한 가치가 사람의 영혼을 만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영혼이 만족되지 않으면 만사가 다 공허할 뿐입니다. 죽음 앞에서 어느 누구 한 사람도 덜 배우고, 덜 가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합니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무(無)’로 끝나고 맙니다.
이제 세상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은 이전의 세상과는 크게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인AI가 병의 진단을 내리고, 재판을 하고, 공장을 돌리고,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듭니다. 구글이나 유투브를 클릭만 하면 온갖 지식을 다 습득할 수 있고, 외국어를 몰라도 이어폰을 끼기만 하면 동시 통역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기계나 기술이 아무리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 자리를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주님이다. 다른 이가 없다, 나 말고는 다른 신이 없다.”(1독서. 이사 45,5)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은 ‘하느님의 것’이 될 때 비로소 영혼의 안정을 취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될수록 탈인간화, 탈인격화가 심해지고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하느님 안에서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도하고 더 자주 감사해야 합니다. 기도와 감사는 하느님께 대한 소속 본능을 강하게 합니다. 하느님 안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은 영혼을 자유롭게 해 줍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에 여러분을 모두 기억하며 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2독서. 1테살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