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일
1독서 이사 63,16ㄹ-17.19ㄷㄹ;64,2ㄴ-7
2독서 1코린 1,3-9
복 음 마르 13,33-37
대림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림 시기는 전례력(典禮曆 liturgical calendar, 교회의 달력)으로 교회의 새해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대림(待臨, Advent) 시기에는 회개하고 속죄하면서 오시는 예수님을 깨어 기다립니다.
4주간 지속되는 대림 시기는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대림 제1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는 다시 오실(재림) 예수님에게 초점을 맞추고, 12월 17일부터 성탄 전야인 12월 24일까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초점을 맞춥니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복음. 마르 13,33)
세상에는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습니다. 육체는 보이지만 영혼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보이지만 내일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상의 나라는 보이지만 하늘 나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보이지만 하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세상만 보는 사람은 세상적인 것에 집착합니다. 세상적인 것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적인 것은 죽음으로 끝납니다. 죽음은 보이는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어 버립니다. 언제 죽을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살곤 합니다.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야고 4,13-15)
하느님은 우리가 불행하게 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천국의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불행하게 사는 이유는 하늘 나라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늘 나라는 우리 가운데에 있습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묵시 21,3)
보이는 세상만 보는 사람은 반만 보는 사람입니다. 보이는 세상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사람이 온전히 세상을 보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하느님을 볼 수 없지만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콜로 1,15)
예수님의 말씀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어느 모로나 풍요로워졌습니다.”(2독서. 1코린 1,5) 예수님 안에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 모두 당신 손의 작품입니다.”(1독서. 이사 64,7)
예수님은 보이는 하느님입니다. 예수님은 실제로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와 똑 같이 사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은 말씀 자체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복음. 마르 13,37) 깨어 있는 사람은 회개와 속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을 잘 대하고, 하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깨어 있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가운데로 오시여 우리와 함께 사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