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4주일
1독서 미카 5,1-4ㄱ
2독서 히브 10,5-10
복 음 루카 1,39-45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복음. 루카 1,45)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돈을 벌고자 하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이고, 많이 배우고자 하는 것도 행복한 삶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많이 배웠다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진선미(眞善美)의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행복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지 돈이나 지식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행복한 이유는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응답이 있을 때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께서 일을 하시기 전에는 먼저 사람의 동의를 구합니다. 마리아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느님께 “예” 라고 응답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그 당시에 처녀가 결혼하기 전에 임신을 하면 돌에 맞아 죽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면서 비천한 사람이 되신 성자 예수님, 성부 하느님의 뜻에 죽기까지 순종하신 성자 예수님을 우리는 주님이라고 부릅니다. 마리아의 순종은 구약에서부터 계시되어 왔던 성자 예수님의 순종을 따르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적힌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2독서. 히브 10,7)
예수님의 순종, 마리아의 순종을 우리 그리스도인도 이어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며, 하느님과 하나가 되면 아무것도 더 바랄 것이 없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나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하느님은 거창하고 대단한 데에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루카 10,21)
예수님은 왕자의 모습으로 화려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초라한 시골에서 가난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1독서. 미카 5,1)
세상의 이치는 하늘과 땅, 산과 계곡, 낮과 밤, 추위와 더위, 양과 음 등 조화를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역설적이지만, 죄에는 용서가 있고, 상처에는 치유가 있고, 미움에는 사랑이 있고, 모욕에는 자비가 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죄에 짝이 되는 것이 용서라니! 얼마나 신비로운 일입니까? 신비는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지만 하느님은 그 세계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신비를 이루시기 위해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하느님이 뭐가 부족해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도움은 사랑의 표현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고받는 도움 속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바로 마리아가 좋은 모범을 보여줍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이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고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였습니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안 계신 데가 없고, 모르는 것이 없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입니다.
남이 보든지 안 보든지,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내일 세상이 끝나든지 말든지... 사소한 일 하나,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 일어나는 일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마리아처럼 하느님께 순종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고, 언제 죽더라도 괜찮고, 언제 예수님이 오시더라도 깨어 준비하는 사람이며, 지금 여기에서 하늘나라를 사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퇴직을 앞둔 두 명의 건축가가 있었습니다. 사장은 두 사람을 불러 퇴직하기 전 마지막으로 집 한 채를 지어 달라고 하고 부탁했습니다. 한 건축가는 퇴직하는 마당에 일을 시킨다고 불평을 하면서 대충 집을 지었습니다. 값싼 자재를 비싸게 사서 돈을 횡령하고 적당히 눈가림하면서 일을 얼른 끝냈습니다. 다른 건축가는 마지막으로 값진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집을 지었습니다. 미관과 안전을 생각하면서 좋은 재료를 쓰고 작은 것 하나라도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집이 완성되자 사장은 두 사람을 불러 서류 봉투 하나씩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지은 집을 선물로 주는 문서였습니다.
주어지는 모든 일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머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하느님의 일도 따지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결코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모든 일에 “예” 라고 응답하는 사람은 일상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입니다. 성실한 사람 안에 하느님께서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