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어둠속에 머물렀지만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에페 5, 8)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루카 13, 11-13)
어느새 10월 하순으로 가고 있는데, 이곳 LA는 늦여름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조금은 선선해졌지만...제게 익숙한 10월의 하순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고, 산과 들의 자연의 변화로 눈과 마음이 즐겁고 교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 가득한 계절인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안의 고정관념도 벗어버려야만 지금의 이 자리에 익숙해지겠지요. 옛 지나온 자리, 그 시간이 그리워지면 이따금 눈을 감고 잠시 다녀오기도 합니다.
저마다 바라보는 시간, 또 다시 머물러야 하는 곳, 그리고 또 하늘의 계획에 따라 준비해 가야하는 일들 우리 모두에게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꺼이 비워야하는 기억과 마음의 연민이나 미련 또한 작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빛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쉽지 않은 길이지만 보람 또한 작지 않습니다. 세월의 거울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오로지 자신의 못난 모습에 한없이 슬퍼질 수도 있습니다. 이따금씩 여행을 떠날때 ‘혹시 몰라서...” 이런 마음으로 준비해가는 물건들을 보면 손도 안대고 돌아올때 무거운 짐으로 그냥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지요. 마음의 짐도 그런 것 같습니다.
빛의 자녀들의 삶은 지혜로운 사람들도 이해됩니다. 그들이라고 해서 세상에 전혀 물들지 않거나 어떤 유혹에도 이끌리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모습안에서 강함이 스며들어 있고, 단순해 보여도 깊이와 냉철함이 함께 겸한 사람들이라 자신들의 인간적인 허물 또한 자신의 고유한 길에 교훈으로 삼고, 결코 마음한구석의 짐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굳건한 기다림의 시간은 영원을 닮은 놀라운 기쁨과 감사로 열덟해를 모진 고통속에서 기다려온 여인처럼 그런 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주어진 시간을 더욱 감사하며 내일을 기다립시다.
영적독서
탈출 33, 12-17 모세의 기도와 하느님의 응답
코헬 3, 1-15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