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에 무엇을 감출 수 있겠는가?
주님께서 수산나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수산나를 처형하려고 끌고 갈 때,
하느님께서는 다니엘이라고 하는
아주 젊은 사람 안에 있는 거룩한 영을 깨우셨다.(다니 13, 44-45)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요한 8, 7-9)
오늘 말씀은 사람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들추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감추려고 하는 속된 마음이 날것으로 드러나 있고, 주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오로지 당신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망설임 없이 용서와 또 새로운 기회를 허락하십니다.
이제 사순 제5주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느덧 벌써 여기까지 왔습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상이 자유롭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아도 무엇 때문에, 무엇으로 인하여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미운 사람, 내게 고통을 준 사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사건 등등 다양하고 크고 작은 경험들 안에서 신앙으로 해결해 보기도 하고, 인간적인 의지로 벗어버리려고 노력도 해 봅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또 제자리임을 깨닫고 실망과 자신의 한계 앞에 무너지는 경험도 하면서 애처로운 마음으로 십자가에 달려계신 주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이러한 경험들을 반복해야 진정으로 인생을 깨닫고, 삶에 대해서 이제는 주저함 없이 나누고 나 자신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때로는 억울하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 갑작스럽게 닥쳐와도 낯선 감정들, 그리고 자신과 이웃들, 주님조차 반기시지 않는 분노들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어느 날 하늘에서 은총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나날이 훈련하고, 반복 연습해가는 가운데에 비로소 항구 한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말씀들 안에서 인생 경험들이 많았던 노인들의 잘못된 행동, 그들의 완고한 마음들은 오직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부덕함이 아니라 매일 같이 우리 마음속에서 거울처럼 잘 비추어지는 우리의 모습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또 허락되는 새로운 한 주간, 무엇이 내게 있어서 마음의 가시처럼 불편함을 주는지 더 깊이 살펴봅시다.
영적 독서
1. 다니 13,1-9.15-17.19-30.33-62 수산나 이야기
2. 시편 23 주님은 나의 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