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주님께서 준비하시는 길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내가 너를 빚어 만들어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이 되게 하였으니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이사 42, 6-7)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요한 11, 7-8)
가톨릭 전례 안에서 연중 가장 중요하고도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살려주는 주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수님 십자가의 여정에 함께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따라갈 때 가능합니다. 십자가는 누구나 생각하기만 해도 저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고통스러운 멍에이고 피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부담스러운 과제입니다.
그렇지만 예수께서 가신 길이고, 영원한 죽음을 이겨내시고, 아버지로부터 부활의 선물을 받으셨듯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길 또한 스승의 그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적인 한계와 고통의 시간들을 넘어서는 여정에 앞서 가시며 이끌어주시고, 항상 곁에서 손을 잡아주시는 그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꽃향기보다도 더 강하고, 아름다운 빛깔로 당신의 모습을 갖추셨습니다.
때로는 당신께 손을 내미는 우리의 모습들이 어색하고, 한없이 부족하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불편한 기색이나 마음을 닫을 만큼의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으십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때를 정확하게 맞추어 준비해 가시는 당신만의 그 길은 우리의 인생길에서 몇 번이고 되뇌고, 닮아가려고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나무처럼 닮은 그 십자가여야 하고, 무게와 내용은 다를지라도 십자가가 지닌 힘과 희망과 화해 그리고 침묵과 기다림은 많이 닮아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우리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 듯합니다.
그동안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때로는 경건한 삶이 아니었을지라도 이 한주간만은 주님 매달려계신 십자가 아래에 머물며 나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어디를 향해가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다짐하는 거룩한 성주간이 되도록 준비합시다.
영적 독서
1. 이사 52, 13-53, 10 고난 받는 넷째 종의 노래
2. 신명 30, 15-20 생명을 선택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