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4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필립 2, 3-4)
13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14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루카 14, 13-14)
위령성월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고 계시는 영혼들, 하느님 나라에서 당신들이 먼저 살아가신 이곳을 가끔씩 돌아보시겠지요?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도 한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갖추어갑니다. 농부들은 가을걷이에 마음과 몸이 바쁘고, 한여름내내 땀흘리며 고생한 보람을 뒤로하고 현실에 필요한 수확을 거두는 때이기도 합니다.
금년 한해 저는 이곳 자연을 통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이처럼 의미있게 다가온 때가 없을만큼 생각과 정신과 영혼까지 건드려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의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이따금 얼굴 내미는 고라니나 아니면 피정자들 산책길을 맘껏 헤집고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멧돼지와 무엇이 다를까요?
나이 많은 저 큰 소나무 아래에 놓여진 야외 의자에 앉아보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마음이 이런 것인가? 하는 속삭임이 있습니다. 그 편안함을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자연이 다가와 가르쳐주었고, 저 윗분이 깨닫게 해 주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자주 찾아 앉게 됩니다.
빈손, 빈마음이란 내 의지나 욕심으로만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에 보이고 필요하면 이웃들도 그러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그 많은 잎들 다 떨구고 열매만 남겨놓고 있던 들깨를 베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은 깨알로부터 시작된 생명이 겨우 벨 수 있을만큼 굵게 자란 밑둥을 대하면서 어쩜 이리도 생명이 신비로울까 그리고 저 많은 열매는 또 무엇인가?
날마다 눈만 크게 뜨고 돌아보면 부활의 신비를 체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당신머리위에 있음을 모르는 척하는 그 완고함은 무엇일까?
영적독서
1. 시편 113, 1-9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2. 집회 15, 1-10 의인이 받는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