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언제부터인지 인종과 나이, 성별과 종교를 묻지 않고 크리스마스는 연중 제일 가는 축제의 날이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가족들도 만나서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 둘러 앉아 선물도 교환하고, 성탄을 감사하는 즐거운 저녁식사, 때로 정다운 친구들과 만나 술도 한잔 나누는 것도 뜻 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히 가톨릭 신앙인에게 성탄절의 이미지는 국적불명의 크리스마스 트리나 예쁜 카드 보다는, 별이 보이는 차가운 마굿간에 안치된 아기예수님, 둘러앉아 기쁨과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성가정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2년 팬데믹이라는 시련의 시기를 보내며 맞은 금년의 성탄미사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감동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수녀님께서 정성스레 만들어 주신 아담한 마굿간과 고이 잠든 아기예수님을 대하며 우리 모두는 가슴 깊이 울림을 받았을 것입니다.
미사 후 귀가하여 로마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성탄 특별 미사를 유튜브를 통해 마음을 열고 참여하였습니다. 두시간여의 긴 시간이었지만 순간 순간이 감격의 시간, 때로는 몇차례 눈물을 참기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미사의 정점은 교황님께서 긴 행렬 가운데에서 나아오시어 제대 한가운데 안치되어 잠들어있는 아기예수님께 무릎 꿇고 입맞춤하는 시간,
그리고 미사의 마지막 예식으로, 아기예수님께서 다시 마굿간으로 옮겨지고, 그리고 뒷켠에 복음서 한구절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가운데 사셨다” (루카 1,14)를 새긴 휘장을 설치하고 경배함으로 미사가 마감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번 성탄 미사에는 교황님의 특별 배려로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의 아이들이 각기 전통 의상으로 차려입고 참여한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교회의 가장 큰 신비도, 하느님의 사랑의 정점도, 말씀이 사람이 되신 아기예수님 탄생인 것이라는 베네딕토 교황님의 가르침을 다시 묵상해 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 되면 프랑스의 현대음악가 올리비에 메시앙이 작곡한
“아기예수님 탄생을 바라보는 스무개의 시선”이라는 음악이 떠오릅니다.
난해하지만 그리스도 탄생의 신비를 절실하게 체험하게하는 명작입니다.
사람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 이 아기를 바라보는 엄중한 시선들은 무슨 느낌이었을까요. 그렇다면 나의 스물한번째 시선은 나의 영혼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곰곰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1곡: 아버지 하느님의 시선, 제2곡: 별들의 시선, 제3곡: 하느님이 사람으로 변신하신 시선, 제4곡: 성모님의 시선, 제5곡: 성자님의 시선… 마지막 제20곡은 사랑의 교회가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흔히 성탄 음악으로 먼저 떠오르는 곡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그 중에도 마지막 곡 “할렐루야”는 지축을 울리는 장엄함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대표적 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작고 낮고 여린 영아로 오신 아기예수님을 통하여 느끼는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 사랑을 그린 이 곡은 신비의 충만이고 영광의 깊이라는 면에서는 좋은 대비를 이루는 음악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