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국 출장은 다소 무리가 가는 빡빡한 스케줄이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함께 밤비행기에 올랐다.
인천 공항에서 멋지게 날리는 눈발을 감상하며 동영상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낼때만 해도 그 눈 때문에 두 시간이 지연 될거란건 생각지 못했고 그로인해 북경에서 닝보로 가는 비행기를 놓쳐 다섯 시간을 북경 공항 대기실에서 졸게 될 줄 또한 예상치 못했다.
눈 내리는 고국의 겨울 정취를 20년이 훌쩍 넘어 실컷 볼 수 있었던 행운이 그것으로 인해 일곱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했던 불행으로 넘겨받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작고한 장영희 교수의 책을 천천히 아껴가며 읽을수 있는 행운으로 갈아탈 수 있었으니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장교수의 글중에 불행을 깨울까 두려워 살금살금 걸어야겠다는 어느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불행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걷다간 행운마져 깨울수 없으니 불행도 행운도 모두 깨우며 저벅저벅 소리내며 걷겠다던 장교수의 말을 통해 짧은 삶이었지만 당당하게 살았던 그 분의 인생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인생이란것이 원래 누구도 예상치못한 일들로 이루어진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힘들게 속끓이며 살지 말아야지 순간순간 무너져 내리는 일들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희미해 지곤하지 않는가? 어차피 지나가는 인생 고민한다고 나아질것도 없고, 주어지는대로 사는 수밖에..
다시 주변을 살펴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공항의 복잡스러움속에서 피곤이 밀려와 짜증으로 넘어가려는 마음의 불행을 어떡해든 바꿔야겠다는 맘으로 주위를 두리번 거려본다. 두세살 남짓한 남자 아이가 공항 대기실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닌다. 손주를 쫓아다니는 할머니의 바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의 억센 억양이지만 분명 그들의 대화엔 사랑이 깃들여 있음을 알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