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성당 대건회에서 매년 메모리얼 연휴 때 단체로 모로베이로 캠핑을 하러 갔을때의 이야기다.
1살짜리 골든 리트리버 버디를 데리고 온 가족이 함께 캠핑을 하러 갔다. 버디를 케이지에 넣어놓고 잠시 자리를 뜬 사이 케이지 문이 열렸는지 버디는 캠프장을 뛰쳐나갔다. 버디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캠프장으로 돌아와 주변을 찾아보는데 근처의 골프장을 질주하는 버디를 발견하였다.
아들이 “버 디..” 하고 부르자 우리를 향해 뛰어왔고 얼마나 해메고 다녔는지 흙투성이에 바닷가에까지 갔었는지 온몸이 젖어있었다. 캠프장에 돌아와 한시름 맘을 놓고 있는데 공원 레인져가 와서는 버디와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원래는 벌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이번만은 봐 준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경고의 말을 남기고 갔다.
캠핑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버디는 매년 모로베이로 캠핑을 갈 때마다 그날의 일을 기억하게 했다. 그 후 버디는 한 번 더 우리와 함께 캠핑을 갔고 점점 나이가 많아져 어느새 얼굴은 흰털로 가득하고 몇 개월 전부터 다리를 자주 접질리고 절룩거리기까지 했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한 버디는 청년기를 지나 노년에 이르게 되자 부엌이 들여다보이는 뒷 뜰 창가에 앉아 우리를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고 잠을 자기도 했지만 점점 행동이 느려졌다.
모든 장기가 안 좋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좋은 시간을 나누라는 수의사의 말처럼 하루하루 기력이 떨어진 버디는 복수가 차고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도 힘겹게 걸어 나와 뒷 뜰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눈물을 가득 담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곤 했었는데 지난 주일 새벽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갔다.
떠나기 전날 밤 힘들게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던 버디와의 눈인사가 마지막이 되었다. 왠지 더 슬퍼 보였던 그날의 표정이 자꾸만 떠오른다. 늘 버디의 아침과 저녁밥을 챙겨주던 엄마는 버디의 죽음으로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 버디를 잃은 슬픔이 온 가족을 힘들게 했지만 12년하고도 반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버디는 3개월 강아지 때 우리에게 와서 건강하게 살며 온 가족의 사랑을 받고 우리 곁에서 떠났으니 행복한 일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개가 죽으면 흔히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고 한다. 이 말은 영국의 저자 미상의 시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사랑받던 개가 죽으면 항상 먹을 음식이 가득하고 다시 젊어지는 초원에서 평화롭게 뛰놀수 있지만 개는 생전의 주인을 잊지 못하고 주인을 기다리다가 어느날인가 주인이 이곳에 오면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간다고 한다. 무지개다리는 천국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데 그곳에서 다시 주인을 만난다는 슬프고 애틋한 유래가 버디를 보낸 우리에게 위로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