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발이 조금씩 날리는 늦은 오후 영희언니와 동생 성희와 함께 관람한 영화 '동주'.
중학교 일학년때 처음 접한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는 손떼가 꼬지지하게 묻도록 보고 또 봤던 시집이었다. 미국으로 오면서 가지고 오지못한걸 두고두고 후회한 두가지중 하나가 바로 이 시집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시인처럼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졸음을 삼키던 단발머리 중학생, 그시절의 설렘이 내안에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듯했다.
시대의 아픔이 가슴을 져미게하는 흑백 영화속에는 오래도록 잠자고있던 감성이 시인의 슬픈 생애를 통해 다시금 살아나왔다. 젊은 나이에 이 아름다운 청년은 일제의 암울한 시대의 희생양으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 분이 남긴 따뜻한 시들은 영원히 모든이의 가슴에 함께 할거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윤동주시인의 이종사촌 송몽규에 대해선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돼었지만 행동으로 일제에 맞섰던 젊은 독립운동가의 생애가 너무 절실했고 가슴 아펐다. 조국을 위해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일본이 내세운 죄목에 울분을 터트리며 서명하는 장면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그들이 내세운 반역죄 그치만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죽게되어 한스럽기만 하다는 처절한 절규...
반면 반역죄로 윤동주 시인의 죄목에 대해 서명하라는 심문관에 대한 윤동주 시인의 반응은 사촌 송몽규와는 많이 달랐다. 이토록 민족이 고통받는 시대에 시나쓰면서 그림자처럼 살아온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반역죄란 죄목에 서명할 수 없다며 오열을 터트렸다.
윤동주 시인은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독립운동을했던 사촌에 비해 자신의 행동은 너무 나약해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는 윤동주 시인이 남긴 결과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기억하고 있다. 결국 시인도 독립운동을 했다.시대의 아픔과 저항을 한자루의 펜으로 아름답고 절절한 시로써...
우리는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간혹 주변에서 태극기를 보거나 애국가를 들을때 코끝이 찡해지는건 나에게 "대한민국" 이라는 조국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서 살았던 늘그리운 내 나라, 갑자기 애국자가 된 느낌이네 ,,,
오랫만에 생각을하게 하는 영화다. 늦은 비가 주말까지 내린다는데 시간을 내서 꼭 보길 친구들에게 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