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장미꽃 향기가 바람처럼 날리는 아름다운 이 계절에 성모님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며 프랑스의 작은 마을 루르드에 발현하신 성모님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6년 전 오랫동안 소망했던 루르드에 발현하셨던 성모님의 자취를 찾아 온 가족이 함께 그곳을 향해 순례의 길을 떠났습니다.
성모님을 만나러 간 그곳은 늦가을이 지나 초겨울의 한기가 느껴지는 늦은 11월이었습니다. 인적이 끊긴 어둡고 추운 밤,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는 조급한 마음에 옷을 껴입고 성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고요함과 어둠 속에 불을 밝히고 있는 성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설렘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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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 루르드에서 성녀 벨라뎃다를 통해 "나는 원죄 없이 잉태된 자”라고 본인을 밝히신 성모님. 죄인의 회개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씀하신 성모님, 온갖 죄와 악행을 저지른 죄인을 위해 기도하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 발현하신 성모님 앞에서 바로 나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했습니다.
성모님은 약하고 작은 벨라뎃다 성녀를 통해 18번이나 발현하시며 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고 "마시고 거기서 씻어라" 하신 성모님의 말씀에 따라 파낸 샘물을 통해 치유의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연과 치유의 소망을 안고 모여든 그곳 루르드엔 끊임없이 솟아나는 샘물처럼 밤낮으로 꺼지지 않는 수많은 촛불이 성모님을 향해 바쳐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경당에서 봉헌한 주일 미사는 성모님 발현 100주년을 기념하며 지어진 삼만 명이 동시에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성 비오 10세 대성당의 장엄함과는 견줄 수 없는 소박한 곳이었지만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저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주님을 찬미하는 복 된 시간이었습니다.
성모님, 당신을 생각하며 눈을 감아봅니다. 성지를 감싸 안으며 흐르는 강물소리, 떨어져 내린 낙엽이 물기를 머문 체 거리를 뒹구는 소리, 별빛이 안개처럼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의 고요함 그리고 상처 받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성모님의 체온을 느낍니다.
언젠가 다시 어머니를 뵙는 날 당신은 낮아지고 작아진 우리를 그 날처럼 따뜻하게 안아주실 거라 믿으며 오월의 향기를 담은 장미꽃 한 송이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