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성월인 5월의 어느 밤이 되면 촛불과 장미로 성모 동산을 가득 메웠던 신자들의 기도가 성모님을 향했던 '성모의 밤'을 우리 모두는 기억한다. 성모님께 올리는 찬미와 감사의 마음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성당의 밤하늘을 밝혀주던 그날의 모습이 마치 오래 전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오랜 세월 당신께서 믿어왔던 불교 신앙을 버리고 자식을 따라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칠십 세 후반에 세례를 받으신 시어머니, 어머니가 사셨던 아파트 거실 중앙에 고상을 걸어드리던 그 날 이후 최근 들어서는 당신의 세례명이 마리아라는 것도 잊어버리곤 하셨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사시다가 사랑하는 자식들의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시고 외롭게 주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4년 여의 시간을 양로 병원에서 기거하시던 어머니는 아흔을 훌쩍 넘기셨지만 정정하시고 주변의 사람들을 잘 기억하셨다. 방광염에 걸리 셨는데 식사도 약도 거부하신다고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방문을 허락하지 않아서 영상으로 누워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잠깐씩 뵐 수 있을 뿐이었다.
노쇠한 몸에 식사를 거르시는 어머니께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쇠약해진 어머니 몸에 더 이상의 의료 행위는 취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를 보낸 자식들의 상실감보다 이 세상과의 작별을 혼자서 하셨던 어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조차 전하지 못한 체 돌아가신 어머니께 자식으로서 이 보다 더한 불효가 어디에 있을까?
요즘의 우리 주변에는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부모님을 떠나 보낸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분들이 그 누구보다 많은 이들의 기도로 마지막 생을 마치셨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간적인 아픔이 남은 가족의 가슴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마지막 일 년 여의 시간을 '용서해 주세요'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시던 어머니, 누구에게나 당신 뜻에 거슬리면 호통을 치시던 당당하셨던 어머니, 큰 소리로 "아멘!"을 외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어머니는 장미향이 풍겨 나는 5월의 햇살 좋은 날 성모 마리아의 손을 잡고 하늘에 오르셨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육신을 떠난 어머니의 영혼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위로와 기도 가운데 본향으로 돌아가셨음을 믿으며 언제인가 가족들의 마음 한가운데 박혀있는 가시에도 세월과 함께 장미의 어린 싹이 돋아날 것이라 생각한다.
내년 5월의 '성모의 밤' 엔 올해에 드리지 못했던 장미를 마음에 고이 간직해서 성모님 앞에 가져갈 것임을 약속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