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북부에 위치한 8세기경부터 지어진 수도원 몽생미셀 (Mont Saint Michel,성 미셀의산)을 향한 떼제배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기차역은 이상하리만큼 한산했다. 최근 기차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영향인가 싶었다.
그런 와중에 몽생미샐행 기차가 기능상의 문제라며 한시간30분이나 연착되었다. 말로만 들어봤던 프랑스 고속열차 떼제배의 첫 승차가 연착 되어 기대감이 다소 무뎌지긴 했지만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며 끊임없이 펼쳐지는 프랑스 시골의 전원 풍경은 온통 녹색 수목과 이어지는 벌판 그리고 가끔씩 내리는 비까지 어우러져 어디론가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게했다.
2시간 30여분의 TJV를 타고 거기서 다시 1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몇년전에 세워진 섬까지 닿는 다리를 트램을 타고 들어갔다. 멀리 안개속에 서서히 드러나는 수도원의 웅장한 모습은 온통 가슴을 설레게했다.
8세기에 처음 지워지기 시작해서 10세기를 지나 수도원으로 발전되었고 백년전쟁을 치르면서 지리상의 특색으로 굳건히 요새의 역할을 했으며 중세를 지나면서는 감옥으로 쓰여졌다가 근대에 이르러 국립박물관으로 지정되었고한다.
천년이 넘는 돌로된 건물의 고혹적인 모습을 수도원 곳곳에서 볼수가 있었는데 수많은 돌계단을 올라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파랗게 혹은 노랗게 이끼핀 건물이며 울창한 나무들, 곳곳에 있는 부분부분 잘려나간 성상들이 그 웅장함과 더불어 세월을 뒤로 돌려놓은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높디 높은 성당안의 천정은 규모가 엄청나고 아름다운 창들과 수사들이 기도하고 토론하며 함께 식사를했다는 방은 어느 강당을 연상케할만큼 넓었다.
성미카엘의 계시에 따라 지어졌다는 이 수도원 첨탐 꼭대기에는 성미카엘의 성상이 금빛으로 번쩍이며 수도원을 찾는 순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로 만든 도르래는 성안으로 음식과 생활용품을 끌어올리기위해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 아래서 내려다보면 아득하게 바다가 보인다. 맑은날엔 저 멀리 이웃나라도 보인다는데 갈매기만이 자유롭게 창공을 가르고 있었다.
바다로 둘러싸인 어쩌면 지독하게 외로웠을 고립된 외딴섬에서 오로지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을 수사들의 눈물이 하늘을향해 기도로 닿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찾아 왔던 수많은 순례객들의 발자국들이 돌바닥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있는 몽생미셀은 그렇게 우리앞에 우뚝 서있었다.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시간이 빠듯해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서둘러야만 했다. 수도원을 고즈넉하게 거닐수 없어서 많이 아쉬었지만 그러기에 언젠가 다시올수 있을거란 기대와 아쉬움을 남기며 이틀뒤에 방문할 조카 효선이 부부가 사는 스트라스부르를 기대해보며 빗발이 날리는 파리행 기차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