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이 차 예방 접종을 했다. 이 삼일 심한 몸살감기가 걸린 듯 온몸이 쑤시고 아펐다. 주사를 놔주는 약사의 말이 많이 아플수록 건강하다고 한다. 몸에서 항체를 만들려고 열심히 균과 싸우고 있기 때에 아픈 게 정상이라고 한다. 삼 일째가 되는 오늘 아침 주사 맞은 부위도 몸도 마음도 거짓말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오십이 넘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때라 맞는 게 좋다는 대상포진 이라는 예방 접종이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나의 일이 되고 보니 좀 심란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것 같다. 내 안에 만들어지고 있는 항체는 사실 나를 외부로부터 혹은 나 자신을 방어하는 힘이된다. 매번 상심하고 때론 고통스럽기도 한 삶의 역경을 예방 주사라 생각하고 곧 나아질 거란 생각보다는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힘을 쏟는 일이 많았다. 지나고 나면 견딜만한 어려움이었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건 고통스러운 일들이었다.
무슨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이 예방주사를 맞고 난 소감을 이렇듯 길게 늘어놓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고통이라는 파도를 피해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나의 솔직한 바람에 웃음이 나온다.
‘대지’ 의 작가 펄벅 여사의 딸은 지적 장애인이었다. 딸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과 정성은 대단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딸이 회복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고통은 기쁨을 가져다 주지는 못하지만 내면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지혜로 변화될 수 있다” 그녀가 남긴 이 말에 위안을 받으며 내 옆에 있는 딸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