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네가 집에 있어서 참 좋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에 의아해졌다. “엄마, 같이 사는데 뭐가 내가 있어서 좋아? 하루 지나면 또 토요일이고,” “주말엔 넌 더 바쁘쟎어.” 아 ,그랬구나…
온 종일 혼자 지내야하는 엄마는 온전히 나와 보낼수 있는 시간이 좋으신거다. 아이들일, 회사일, 집안일 그 많은 일상속에 엄마와 나누는 시간은 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엄마는 늘 마지막까지 미루고 양보 받을수 있는 자리라는게 내 맘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침 5시면 일어나 기도를 마치시고는 아침 준비와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바쁘신 엄마, 일층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깨어나면 엄마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계신다.음식 한가지 한가지 마다 정성과 모양을 내고 맛있다는 답변에 소녀같은 웃음을 지으시곤 하는 엄마.
감성 깊고 나쁜 말 못하는 소녀같은 엄마도 세월 앞에서 등 굽고 다리도 져는 할머니로 변해가고 있다.
눈물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아진 엄마께 “ 걱정은 사탄이 뛰노는 운동장,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하게 살기를 나는 선택한다 !” 이렇게 크게 써서 엄마 방 화장대옆 벽에 붙여 놓았다.
매일 보고 또 보시라고, 종이 끝이 접히고 글씨체 마져 흐려져 가지만 엄마의 선택은 맘처럼 되어가지 않는다. “너도 늙어봐라. 그땐 내 마음 알거다…” 그걸 깨달았을땐 내 곁에 안 계실 엄마를 위해 좀 더 자상한 딸이 되지 못한걸 후회 하겠지.
아침 일찍 받은 사촌 동생의 문자 메세지엔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언니..” 큰 외삼촌이 돌아가신지 육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외숙모 마져 주님 품으로 가셨다는 부고를 들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것 같았다. 형제도 하나 없는 사촌 동생이 너무 가엾고 멀리서 도움도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맘에 할말을 잃었다.
아침 준비에 바쁜 엄마께 이 소식을 전하는 내 마음은 천근같이 무겁기만 하고 갑작스런 소식에 눈물만 흘리는 엄마께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되지 않음을 안다. 형제 자매가 하나씩 세상을 떠날때마다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듯, 허전함이란 이루 말할수 없다고 하신다.
몇 달째 출근하듯 들리는 아버지가 계신 양로병원, 시어머니 마져 그 곳에 모시고 두 분의 방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근본적인 의문이 들곤한다. 정신마져 흐릿해진체 자신의 몸도 추스리지 못히는 삶이 살아있는 삶이라 말할수 있는가 ?
“이제는 고통없는 하는님 나라에 맘을 두시고 맘을 내려 놓으세요” 라고 말하는 내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는건 내 신앙이 견곤하게 자리잡지 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인지… 이젠 그만 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푸념은 진실인지?
이 세상에 왔을때에 받은 축복과 기쁨만큼은 아니더라도 돌아가야 할때 애착과 후회로 힘든생을 마감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갖을수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