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다니엘은 아빠와 엄마하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세살 된 아들입니다. 엄마는 비즈니스 관계로 다니엘은 매일같이 데이케어에 다니게 되었어요. 외할머니는 한국에서 외손자를 돌보아 주려고 미국에 오는 날입니다.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는 먼 거리는 지루하지만 마음은 기뻤습니다. 딸과 사위 예쁜 손자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가슴은 설레고 있었으니까요. 비행기 창밖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융단같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아. 이렇게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더니 이렇게 미국 구경도 하게 되는구나. 내 손자 다니엘을 빨리 만나고 싶다. 지금쯤은 얼마나 많이 성장하였을까. 영어로 말은 얼마나 잘하는지 모두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집니다. 스튜어디스 아가씨가 음식을 주문받으러 왔어요.
할머니, 식사는 양식으로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한식인 비빔밥으로 드릴까요.?
“어휴 비행기에서도 비빔밥을 주나요.”
그럼 나는 비빔밥으로 먹어볼까.?
어메. 도라지에 고사리나물 김치까지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싹싹 비며 된장국하고 먹는 맛은 정말 맛이 있어요. 디저트로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은 영어라서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귀에 대고 듣는 이어폰을 키면 한국노래도 들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할머니는 다니엘 얼굴만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마음은 설레고 있었습니다.
긴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비행기가 미국 엘에이 공항에 도착하였어요. 빨리 내려서 내 손자 다니엘을 만나 보아야지. 할머니는 사람들을 밀치고 새치기로 앞줄 사이로 끼어들었어요.
“할머니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앞사람부터 순서대로 내리셔야 합니다."
남자 승무원이 친절하게 다가와서 말을 합니다.
“응. 응. 그려그려. 난 우리 손자를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랬지. 미안 미안해, 히히히”
어머니를 마중 나온 딸 다니엘 엄마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친정엄마가 비행기에서 멀미라도 하지 않으셨을까.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엄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 엄마 우리들 여기 있어요."
“응 그려 그려. 다니엘아 할미 여기 왔다.”
할머니는 반갑다고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친정엄마는 바글바글 볶은 파마머리에 새까맣게 염색한 모습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습니다.
“ 엄마 먼 거리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훌쩍훌쩍.”
“응, 그려 나도 너희들 많이 보고 싶었단다.”
“어휴 우리 다니엘 어디 보자.”
“많이 커졌네.”
외할머니는 손자 다니엘을 돌보아 주려고 미국에 오셨습니다. 다니엘은 내일부터 집에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하룻밤을 자고 난 미국의 아침 햇살은 맑은 공기에 상쾌하였어요.
“굿모닝 그란 마더.”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소리냐.”
“엄마 다니엘이 할머니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 거에요.”
“응, 그래 굿모닝이다.”
다니엘은 오늘부터 데이케어에 가지 않고 할머니와 집에 있는 게 좋았지만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 이 문제입니다. 할머니는 한국말을 하고 다니엘은 영어를 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주시고 한국 노래도 가르쳐 주었어요.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 살고요.
우리들은 유치원에 모여 살아요.
우리 유치원 우리 유치원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의 꽃동산.
또 또 함미. !
다니엘은 계속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어요.
보랏빛 고흔 빛 우리 집 문패꽃
꽃 중에 작은 꽃 앉은뱅이랍니다.
“와! 함미! 짝짝짝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칩니다. 다니엘은 할머니에게 무엇을 달라고 말하였습니다. 함미 김미 썸워러 김미 썸워러Give me some water 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뭐라고”
“이 녀석 좀 봐.”
“너 지금 뭐라는 소리여.”
할머니 귀에는 김일성 와라 김일성 와라라고 들렸습니다.
“옛기 이놈 너 그런 소리 하면 경찰이 잡아가는 거야. ”
할머니는 다니엘이 달라고 하는 물은 안주고 야단만 치고 있었으니까요. 다니엘은 두 다리를 뻣고 바닥에 주저앉아 앙앙 울고만 있었어요.
“지금 여기가 어디인데 김일성을 미국에서 오라는 기여~ 에그 이거 큰 일 났구나.”
내 딸이 잘 살아보겠다고 미국까지 오더니 어느 사이 공산당에 물이 들었단 말인가. 친정엄마는 슬픈 마음에 눈물을 찍어내며 울고 있었습니다. 저녁 때 다니엘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왔어요.
“얘, 에미야.”
“유치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데 다니엘을 공산당으로 만들었단 말이냐. 다니엘이 하루 종일 김일성 와라 김일성이만 오라고 하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Give me some water (김미 썸 워러).”
할머니에게는 김일성 와라 하는 소리로 들렸으니까요.
“어휴. 엄마도 엄마. 그런 말이 아니고요. 데이케어에서 배운 영어로 물 달라는 소리에요. 그래서 엄마는 물도 안 주었어요?”
“잉 그려 물을 달라는 소리는 안 해서 못 주었다. 에그 이 할미의 무식이 내 손자 잡을 뻔 했구나. 그 말을 못 알아듣고 하루 종일 물도 안 먹였으니...”
할머니는 이웃들과 사귀면서 한마디의 영어라도 배워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앞뜰 정원을 거닐고 있을 때 옆집에 사는 흑인 남성이 굿모닝 맘 하고 인사를 합니다. “잉 그려 그려그려 굿모닝.” 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할머니가 저녁에 앞뜰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달팽이가 새까맣게 꽃나무에 매달려 꽃을 갉아먹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아침 식사를 하며 사위와 딸에게 달팽이 잡는 약을 사서 뿌려야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일주일이 지나도 달팽이 약은 사 오지를 않았어요. 할머니는 가끔 딸하고 같이 다니던 마켓으로 찾아갔습니다. 말 못하는 벙어리도 사는데 내가 손짓과 표정으로 말을 하면 알아듣겠지. 종업원이 친절하게 “how can I help you.”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할머니는 미국인 청년에게 손으로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사전에서 찾은 단어로 Night~ yard (나이트, 야~드 )라고 말했습니다. 종업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청년은 드디어 할머니의 뜻을 알아 낸 것 같았어요. YES. YES 밤과 정원이라는 뜻을 알아낸 것 같았어요. 다음 순서는 달팽이 이름을 모르니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두 손가락을 머리 위에 대고 하늘로 올리며 우~우 하고 소리로 말했습니다. 종업원이 생각하기를 밤에 정원에 뿌리가 난 물체는 무엇일까.
잠시 후 종업원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표정이었어요. just moment 하며 마켓 안으로 들어간 종업원은 큰 봉투를 들고 할머니 앞으로 나왔어요. 거기에는 달팽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OK.OK 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달팽이 약을 사들고 집에 가서 사위와 딸에게 자랑해야지. 내가 이렇게 혼자서 달팽이 약을 사 왔노라고...
나중에 알아낸 달팽이 이름은 영어로 snail이라고 한답니다. 할머니는 세상엔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갓이게 되었어요. 이제부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서 달팽이를 우~우 라고 벙어리 시늉을 하지 말고 snail 약을 사러왔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켓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다니엘 할머니를 달팽이 할머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답니다.
할머니가 미국에 머무를 수있는 6개월의 비자 기간이 다 되었습니다. 다니엘 외할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족들과 이웃으로 지내던 친구들이 공항으로 전송을 나갔습니다. 다니엘은 함미 가지 말라고 떼를 쓰며 울고 있었어요. 외할머니도 손자와 떨어지기가 아쉬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러 나가야 할 시간이 돌아왔어요. 외할머니는 공항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전송을 나온 친구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달팽이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내년에 또 오세요. 손자는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I LOVE YOU 함미 빠이빠이... 다니엘은 앙앙 울고 있었습니다. 달팽이 할머니는 내년에도 또 오신다고 다니엘과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였으니까요.
안녕 안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