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네살 딸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다쳤읍니다. 얼굴, 손, 다리, 무릎, 어깨… 어떻게 넘어졌는지 알 것 갔습니다. 얼굴 반쪽이 새빨개져서 들어 와선 울지도 못하고 나만 쳐다 봅니다. 서둘러 씻기고 약을 발라주니 그제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트립니다.
다음날 온 가족이 성당을 가고 나니 덩그러니 우리 둘만 남았읍니다. 창가로 꼼지락거리며 들어오는 햇살은 우리에게 오랫만에 게으른 여유를 선사합니다. 느닷없이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읍니다. 딸 아이와 장을 보러 갔읍니다. 이슬같은 물방울이 아롱다롱 달린 파슬리 한 단. 빨간 피망 하나, 새우 한 봉지, 맛살 한 봉지. 바구니에 하나씩 우리의 점심거리를 담는 딸 아이의 행복한 표정에 고개를 돌렸읍니다. 퉁퉁 부어버린 얼굴에 퍼지는 미소에 갑자기 내 마음이 슬퍼졌기 때문입니다.
아껴두었던 전원 풍경이 그려진 접시를 내려 놓았읍니다. 포크를 놓고 향긋한 마늘 빵을 구웠읍니다. 금새 피어난듯 싱싱한 작은 새싹으로 샐러드도 준비했읍니다. 새우와 피망과 맛살에 살짝 파슬리를 얹은 근사한 파스타가 준비 되었읍니다. 산들거리는 바람이 기웃거리는 식탁에 마주앉은 우리는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가며 먹었읍니다.
호빵처럼 부어 오른 딸 아이의 얼굴 옆으로 한 낮의 느린 햇살이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