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부터 파티오 처마밑에 늘어져있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한 크리스마스 전구 한개 위에 벌새가 둥지를 틀었다. 그 작은 새의 둥지는 달걀 반쪽만한 크기로 너무 작아서 엄마새의 몸이 반은 나와 있는데 며칠째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안스러울 정도였다. 주변에 나무도 많건만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파티오에 걸린 크리스마스 전구 위에 둥지를 튼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잠깐 먹이를 구하러 갈때를 제외하곤 꼼짝도 않하고 알을 품더니 며칠이 지난 어느날 둥지위로 뾰족한 부리 두개가 쏘옥 올라왔다. 새끼를 두 마리 낳았네. 그리고는 아빠, 엄마 두 새가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아기새의 부리에 넣어준다. 짹짹거리며 입을 벌리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어제 퇴근후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파티오에 나갔더니 일주일만에 엄마새보다 훨씬 덩치가 커진 두 마리 새끼가 거의 다 허물어진 집에 앉아서 파닥거리고 있었다. 첫 날개짓을 시작했다. 보송보송한 갈색털의 조금 덩치가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깔고 앉아서 계속 날개짓을 하더니 어느 순간 날아 올랐다. 투명하고 가벼운 잠자리 날개같은 연약한 날개짓을 하면서 말이다. 아주 순식간의 일이라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었다.
혼자 남은 다른 아기새는 파닥거리며 날개짓을 하지만 아직은 날아오르지 못하고 엄마, 아빠 새가 날라다 주는 모이를 열심히 받아 먹는다. 오늘 아침 파티오에 나가보니 아기새는 여전히 날개짓을 하고 먼저 날았던 형제새가 주변의 나무 사이를 기우뚱 거리며 날아 다닌다. 엄마새는 아기새가 파닥거릴 때마다 길고 뾰죽한 부리로 쪼아준다. 날 수 있도록 힘을 주는것 같다.
가슴팍에 얼룩이있는 아빠새. 날렵하고 까만 좀 작은 엄마새, 통통하고 보슬보슬한 아기새 날아오르려 열심히 날개짓하는 또 다른 아기새, 어쩌면 퇴근 후엔 볼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작은 벌새 가족이 우리에게 주었던 행복했던 두 주간이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사이로 지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