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성모의 밤에 드린 글)
오월의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어머니,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설레임과 소망으로 새 생명을 잉태한 예비 엄마의 기도에서, 혼란과 고뇌로 갈등하는 성장기의 자녀를 위한 부모의 기도에서, 평생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주름진 어머니의 끊임없는 기원을 담은 간절한 기도 속에 어머니 당신은 함께 하십니다.
화려하고 향기로운 장미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가시는 아드님이신 예수님을 향해 평생을 당신이
바치신 고난의 상징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자식을 향한 피끓는 어머니의 간절함을 너무도 잘 아시는 성모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지치고 힘들 때 온전히 당신께 의탁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처음 뵙게된 건 초등학교 2학년때쯤 이었읍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신혼 살림을
시작한 예쁜 아줌마가 있었읍니다. 저를 처음 아줌마의 집에 초대하던 날 작은 방에 간소하게
꾸며진 기도방을 보여 주셨읍니다. 그곳에서 성모님을 처음 뵈었읍니다. 두 손을 모으신 단아하고
따스한 눈길의아름다운 분이 성모 마리아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조금은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그 날 처음 뵌 당신의 모습은 작은 여자 아이의 마음속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부활절 미사에 처음으로 간 성당에서 작고 하얀 빵을 받아 먹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언젠가 나도 예수님의 성체를 받아먹을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그 여자아이가
이제 인생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행복과 고난속에 힘들고 지칠때 당신을 부릅니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기쁨과 역경의 반복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돌아와 안길수 있는 따뜻한 당신의 품이 있기에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약하며 또한
당신이 계신 하늘나라를 꿈꿀 수 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소망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수많은 촛불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 밤,
당신이 베푸신 한결같은 은혜에 감사드리며 우리의 소망을 담은 이 기도가 사랑하는 당신의
아드님 우리 주 예수님께 전해지기를 간구하며 이 글을 맺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