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님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우리 주님은 창조주 하느님입니다. 모든 사람,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분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 주님은 사랑의 하느님입니다. 의인이든 죄인이든 아무 차별없이 사랑해 주시는 분이시고 우리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용서해 주시는 분입니다. 우리 주님은 모든 사람의 아버지이자 나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처럼 우리를 보살펴 주시고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우리는 주님을 때로는 하느님으로 때로는 예수님으로 부릅니다. 예수님은 참 하느님이고 참 사람입니다. 참사람이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하늘 나라에 대해 알려주시고 인도해 주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우리의 구원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서는 회개를 해야 합니다. 회개는 하느님 쪽으로 삶의 방향을 돌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통해 우리를 회개로 이끄십니다. 회개는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 주도권은 주님께서 쥐고 계십니다. 즉, 주님께서 먼저 우리가 회개할 수 있도록 움직이신다는 것입니다.
“시온 때문에 나는 잠잠히 있을 수가 없고, 예루살렘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를 때까지.”(1독서. 이사 62,1) 우리 구원 때문에 주님께서 움직이시고, 끝까지 함께 해 주시는 주님의 모습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주어 주십니다.”(2독서. 1코린 12,11)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주님께서 주시는 쪽으로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이 회개이며 하늘 나라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사는 것입니다.
카나 혼인 잔치에 예수님께서 초대를 받으셨습니다. 그 자리에는 어머니 성모님과 제자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성모님께서 그것을 아시고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포도주가 없구나.”(복음. 요한 2,3)
성경에서 그리스도는 신랑, 교회는 신부를 뜻합니다. 혼인 잔치는 신랑인 그리스도와 신부인 교회가 만나서 하나가 되는 잔치입니다. 교회는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백성을 뜻하며 우리 각자가 교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진 것 같은 난감한 일을 겪습니다. 그럴 때 성모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그것을 아시고 예수님께 말씀드리고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도록 인도해 주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복음. 요한 2,5)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아시고 미리 예수님께 말씀드리는데 우리가 걱정을 한다면 성모님의 존재를 모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포도주를 만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옆에 있는 물을 물독에 갖다 부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저 물을 물독에 채우는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포도주를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되지도 않을 일을 하려고 하면서 인생을 피곤하게 삽니다.
‘무엇이든 그가 시키시는 일’ 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입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가 하지도 못할 일을 시키실 리가 없습니다. 물독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쉽고 작은 일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일으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