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6주일
1독서 레위 13,1-2.44-46
2독서 1코린 10,31-11,1
복 음 마르 1,40-45
“누구든지 살갗에 부스럼이나 습진이나 얼룩이 생겨, 그 살갗에 악성 피부병이 나타나면, 그를 아론 사제나 그의 아들 사제 가운데 한 사람에게 데려가야 한다.”(1독서. 레위 13,2)
악성 피부병에 걸렸는데 의사에게 가지 않고 왜 사제에게 가야한다고 말할까요? 당시 사람들은 병을 죄의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사제에게 가서 죄인임을 판정 받고 일정한 보속을 해야 병이 낫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체적인 병과 영적인 죄를 같이 본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병을 죄의 결과로 보지는 않지만, 이 성경 구절을 통하여 죄를 다루는 방법에 대하여 숙고할 수 있습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병에 대한 진단이 내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맞는 약을 쓸 수 있습니다. 그처럼 죄를 지었을 때도 우선적으로 그 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하고 외친다.”(1독서. 레위 13,45)
어떤 죄를 지었을 때, 그 죄에 대해 이름을 붙이고, 그 죄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죄로 인해 외적으로 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엉켜있던 감정이 풀려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은 영적 정화 과정이며, 영적으로 정화가 되면 자연적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게 됩니다.
죄를 짓고 갈 곳은 하느님 밖에는 다른 어떤 곳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인의 피신처가 되어 주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겨 주시고 복을 주십니다. “당신은 저의 피신처. 구원의 환호로 저를 감싸시나이다.”(화답송. 시편 32,7)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2독서. 1코린 10,31)
하느님으로부터 죄의 용서를 받고 위로를 받은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을 박해하다가 예수님의 사도가 바오로를 비롯한 많은 성인들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습니다. 죄가 없으신 예수님께서는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 죄인들과 함께 사셨고 죄인들의 피신처가 되어 주셨습니다. 죄의 용서와 죄인들의 구원이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복음. 마르 1,40)
나병 환자의 이 말은 신앙고백입니다.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이 예수님께 있음을 아는 것이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임을 믿는 것입니다. 그는 신앙 고백을 통하여 하느님의 은총 안으로 들어갑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복음. 마르 1, 41)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깨끗해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해야 합니다.
죄는 주님을 만나는 기회입니다.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풍부합니다. “오, 복된 탓이여. 아담의 죄로 인하여 구세주가 세상에 들어왔네!”(부활 찬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