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
1독서 탈출 16,2-4. 12-15
2독서 에페 4,17.20-24
복 음 요한 6,24-35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복음. 요한 6,26)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 간 것은 거룩한 뜻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니라 표징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면 병도 고치고, 먹을 것도 생기고, 마귀도 쫓아내는 등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을 찾아 가는 이유가 거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떻게해서든지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는가, 그것도 자주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그 사람처럼 되어 갑니다. 즉, 인생은 유유상종(類類相從)입니다. 끼리끼리 모이는 법입니다.
기도는 예수님 과의 만남입니다. 기도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 아픈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기도 하고, 의무적으로 기도하기도 하는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세례를 받기 위해 성당에 오는 사람들의 동기도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친구 따라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사회 활동의 하나로 오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부모님의 강권에 못 이겨 나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하여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기야 어떻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제나 수도자가 되기 위한 성소(聖召, vocation)의 동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주교님은 어릴 적 배고프던 시절에 서양 신부님들이 계란과 과일을 먹는 것을 보고 그것이 부러워서 신학교에 가서 사제가 되었고 주교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하던 일이 잘 안 되어서 현실 도피로 수도원을 찾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이웃에게 봉사하고 하느님만을 온전히 섬기기 위해서 수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동기는 다양하지만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밤새 기도하여 뽑은 12제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넘긴 유다 이스카리웃, 3번이나 배반한 베드로, 예수님의 나라에서 한자리 차지하고자 하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 이들을 시기 질투하는 다른 제자들 등등, 거룩할 것 같은 제자들의 모습은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건전한 동기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동기들을 정화하여 새로운 창조물로 거듭나게 하십니다. 사람은 예수님의 능력에 힘입어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새롭게 창조’(2독서. 에페 4,22-24) 됩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오는 사람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변화되어 갑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복음. 요한 6,35)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은 현재의 삶에서 영원한 생명을 사는 사람입니다. 물질적으로 세속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공중의 새나 들판의 들꽃처럼 하느님께서는 다 먹여 주시고 입혀 주십니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 모아 들이게 하여라.”(1독서. 탈출 16,4)
때가 되면 꽃이 피고,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힙니다. 낮이 있고 밤이 있어야 생명이 유지됩니다. 항상 낮이거나 항상 밤일 수가 없습니다. 이렇듯 항상 배고프지 않고 항상 목마르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빵을 먹을 수 있고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사람의 삶도 자연처럼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죽도록 일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도록 일해서 벌어본들 그것이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참행복은 예수님께서 보장해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선 예수님을 만나고,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복음. 요한 16,35)
하느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성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말씀과 성체는 현세의 삶 안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밝혀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