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일
1독서 여호 24,1-2ㄱ.15-17.18ㄴㄷ
2독서 에페 5,21-32
복음 요한 6,60ㄴ-69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1독서. 여호 24,15)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누구를 섬길 것인지 선택하라고 촉구하자, 백성들은 주님을 섬기겠다고 답합니다. “우리도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1독서. 여호 24,18)
신앙은 실천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실천되어야 하듯이 하느님 섬김이 이웃 섬김으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에 대해서 순종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바로 이웃을 통해 하느님 섬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죽기까지 하느님께 순종하고 죽기까지 사람을 사랑하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이 말씀이 거북하다고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투덜거립니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
예수님의 살과 피는 생명의 양식입니다. 살과 피는 예수님 자신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도 예수님 자신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이 생명의 양식입니다.
어떤 말이나 듣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면 그 말대로 되어갑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야기가 있습니다. 맹자의 집은 처음에는 공동묘지 근처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린 맹자는 맨 날 곡하는 흉내를 내면서 놀았습니다. 이에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하필 시장 근처였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장사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맹자 어머니는 다시 서당 부근으로 이사했습니다. 그곳에서 맹자는 날마다 공부놀이를 하면서 자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그런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교훈입니다.
좋은 말을 들으면 좋은 말을 하게 되고, 나쁜 말을 들으면 나쁜 말을 하게 됩니다. 칭찬이 하루를 즐겁게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립니다. 사람의 말이 그럴진대, 하물며 생명의 양식인 하느님의 말씀이야 어떻겠습니까?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복음. 요한 6,63) 예수님께서 직접 당신의 말씀이 영이며 생명이라고 하는데도 제자들 중 일부는 그 말씀 때문에 떠나갑니다. 예수님께서는 떠나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습니다. 믿음은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열두 제자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복음. 요한 6,68) 열두 제자는 1독서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주님을 섬기기로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1독서. 여호 24,18)
영이며 생명인 예수님의 말씀은 분명히 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자주 읽고, 자주 듣고, 자주 생각하다 보면 어느 새 그 말씀이 나의 힘이 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예수님의 말씀은 거친 풍랑을 잠재우십니다.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마르 4,39) 예수님의 말씀은 병든 사람을 고칩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 1,41) 예수님의 말씀은 죽은 사람을 살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아이야, 일어나라.’”(루카 8,54)
사람은 변화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도 하지만,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왜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고 ‘회개하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버려야 하고, 회개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자주 읽고, 자주 듣고, 자주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은 하느님 말씀에 의해 변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