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1독서 이사 35,4-7ㄴ
2독서 야고 2,1-5
복 음 마르 7,31-37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희의 하느님을!”(1독서. 이사 35,4)
말로만 ‘굳세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라고 한다고 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 없이 하는 말은 오히려 독(毒)이 되기도 합니다. 바리사이들이 배척 받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마음 없이 하는 말 때문입니다. 말만 내세우는 사람을 위선자(僞善者)라고 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인격적(人格的)인 하느님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아버지’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사람의 말은 하느님의 말로, 하느님의 말은 사람의 말로 들어야 합니다. 즉, 사람과 대화 나누듯이 편하고 친근하게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저 멀리 하늘 위에 계시는 분이 아니고, 죽고 나서 만나는 분도 아닙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복음. 마르 7,32)
이들이 인격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일도 아닌데, 불쌍한 사람을 예수님께 데리고 가서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데리고 가는 것’, ‘부탁하는 것’ 은 마음 없이는 하지 못하는 행동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마음을 보시고 그 불쌍한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복음. 마르 7,33)
‘그를 따로 데리고 나가실 때’ 예수님은 그를 인격적으로 대한 것입니다. 더구나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신 것’ 은 마치 엄마가 아기를 대하듯이 극진한 사랑으로 사람을 대했다는 것입니다.
믿음은 실천되어야 합니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믿음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의 영혼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메말라 있지만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의 영혼에는 생명수가 샘처럼 솟아납니다.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늪이 되고, 바싹 마른 땅은 샘터가 되리라.”(1독서. 이사 35,7)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일상 삶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상의 삶 안에서 하늘 나라가 이루어집니다. 더구나 하늘 나라는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 가운데로부터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2독서. 야고 2,5)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하늘 나라의 상속자가 됩니다. 하늘 나라의 상속자는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 등 세상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
세상 살기가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귀가 들리고 눈이 보이기 위해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