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1독서 이사 9,1-6
2독서 티토 2,11-14.
복 음 루카 2,1-14.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1독서. 이사 9,1)
어둠 속을 걷던 백성,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이 큰 빛을 보게 된 것은 하느님의 내어주시는 사랑, 아기 예수의 탄생 덕분입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1독서. 이사 9,5) 하느님께서는 우리 구원을 위하여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내어 주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2독서. 티토 2,11)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구원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명을 내어 주심으로써 우리는 구원되었고 하느님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어,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해방하시고 또 깨끗하게 하시어,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당신 소유의 백성이 되게 하셨습니다.”(2독서. 티토 2,14) )하느님의 백성이 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을 우리 자신과 이웃을 위해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내어 줌, 비움, 낮아짐으로 표현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복음. 루카 2,14) 하느님은 내어 주고, 비우고, 낮아질 때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2코린 12,9). 성경에서 내어 줌, 비움, 낮아짐은 약함으로 통칭할 수 있습니다. 약함은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자리입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르다.”(요한 14,27). 세상이 주는 평화는 가지고 채우고 높아져서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하느님의 평화는 내어 주고 비우고 낮아짐으로써 누리게 되는 축복입니다.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등록 하게 되었다.”(복음. 루카 2,1). 황제 명령 한 마디로 온 세상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그러나 황제가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평화’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 권력에는 사람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있지만 사람을 구원하는 힘은 없습니다.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태중의 아기 예수는 황제의 명령에 따라 호적등록을 하러 떠납니다. 그들의 모습은 황제의 통치에 따라 움직이는 약한 모습입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배우지 못하고 보잘것없는 신분이며, 고향 아닌 객지에서 아기 예수를 출산하게 됩니다. 냄새나는 구유, 밤, 목자 등 이러한 부족하고 약하고 불편한 상황에서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평화’ 가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는 세상을 강제로 움직이는 힘은 없지만 구원의 은총이 있습니다.
아직 돈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작은 소녀가 보석가게 윈도우에 장식된 보석을 한참 동안이나 살피더니 기분 좋아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소녀는 주인 아저씨께 방긋 웃고는 자기가 결정한 목걸이를 가리킵니다. 큰 보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가격이 나가는 보석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데?” “언니에게 줄 선물이예요. 저는 엄마가 없어서 언니가 저를 키우거든요. 언니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고 있었는데 이 목걸이가 꼭 맘에 들어요. 언니도 좋아할 것 같아요.” “그래,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지?” “제 저금통을 모두 털었어요. 이게 전부예요.” 소녀는 저금통을 턴 돈을 손수건에 정성스럽게 싸왔습니다. 소녀는 돈을 싼 손수건을 주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소녀는 가격에 대하여는 전혀 몰랐습니다. 소녀는 사랑하는 언니를 위하여 자기의 전부를 내 놓은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가격표를 슬그머니 떼고 그 보석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젊은 여인이 가게에 들어서는데 손에는 소녀에게 팔았던 목걸이가 들려 있습니다. “이 목걸이, 이곳에서 판 물건 맞습니까? 진짜 보석인가요?” “예. 저희 가게의 물건입니다.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진짜 보석입니다.” 누구에게 팔았는지 기억 하시나요?” “물론이지요. 이 세상에서 마음이 가장 착한 소녀였지요.” “가격이 얼마지요?” 주인이 보석 값을 말하자 그 여인은 몹시도 당황하였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그런 큰돈이 없었을 텐데요?” “그 소녀는 누구도 지불할 수 없는 아주 큰돈을 냈습니다. 자기가 가진 전부를 냈거든요.“ 가게를 나가는 여인의 눈에서도 보석가게 주인아저씨의 눈에서도 감동의 눈물이 맺혔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는 아낌없이 내어주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되새기고 우리도 그런 삶을 살고자 다짐하는 때입니다. 내어주는 삶을 사는 사람은 하느님께 영광 드리고 자신의 삶에서 평화를 누리기에 합당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