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복음. 마태 22,2)
잔치는 흥겨워야 합니다. 만약 잔치에 손님이 없으면 흥겹지가 않습니다. 즉 손님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잔치를 베푸는 주인은 손님들이 많이 오기를 바랍니다.
하늘 나라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혼인 잔치이고 손님은 ‘모든 사람’입니다. 1독서에서 말하는 ‘만군의 주님’, ‘모든 민족’도 같은 뜻을 지닙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1독서. 이사 25,6) 그러면 ‘모든 사람’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복음. 마태 22,9) 복음에서 말하는 ‘아무나’,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는 ‘모든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설령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기도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심지어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구원의 잔치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만약 어느 특정한 사람만 구원의 잔치에 초대된다면 ‘만군의 주님’이라고 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의 주님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자격입니다.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복음. 마태 22,12)
초대에는 제한이 없지만 잔치에 들어가는 것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복음. 마태 22,14)
구원의 잔치(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예복(자격)은 무엇일까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돈으로도 안 되고, 지식으로도 안 됩니다. 죄로부터의 회개가 그 자격입니다. 예수님께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 아홉 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7)
미사는 구원의 잔치를 보여주는 신비입니다. 그러므로 미사 때 우리는 마땅한 예복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 마땅한 예복이란, 우리의 죄입니다. 우리가 죄를 하느님께 가져갈 때 하느님께서는 가장 기뻐하십니다.
“‘아버지, 제가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즐거운 잔치를 벌이기 시작하였다.”(루카 15,21-24)
죄에 대한 회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곧잘 참된 회개보다는 죄책감에 빠지고 하느님 사랑 보다는 죄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어둠 속으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의 약함을 아시고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를 도와 주십니다.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2독서. 필리 4,19)
미사에는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자기의 죄를 알고 죄를 봉헌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오는 사람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하느님 아버지께 영원무궁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2독서. 필리 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