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허락되는 또 한번의 기회
우리가 청하는 것은 다 그분에게서 받게 됩니다.
우리가 그분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 마음에 드는 것을 하기 때문입니다.(1요한 3, 22)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마태 4, 16)
2021년 신축년 새해가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소띠해 라고 하는데, 소의 큰 눈망울, 착한 심성, 그리고 부지런히 주인의 마음을 헤아려서 가을의 풍작을 선물해 주는 인간 생활의 실질적인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아침일찍부터 소를 자식처럼 여기는 농부가 소여물준비로 하루를 서두르는 모습이 쉽게 떠오릅니다. 상상만해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소여물 끓이던 사랑방의 따뜻한 아랫목, 장판은 검게 그을렸지만 한겨울을 지내며, 추위를 잊고 밤새 담소를 나누기에는 지금의 어디에도 그런 정감어린 장소는 없을 것입니다. 흰눈이 소복히 쌓인 볏짚갈이 가져다가 굼불지피는 옛 그리움들이 시간을 잊게 합니다.
언젠가부터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그대로 눈뜨고 누워있지 않고 바로 일어나는 새로운 습관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보면 좋은 습관이고, 또 뭔가를 하도록 거룩하신 분의 뜻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감사의 마음까지 올라옵니다.
새해들어 뭔가를 크게 결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금년 새해 시작으로까지 계속이어지는 코로나 현상은 지난 한해에 우리 삶에 있어서 어떤 겸손의 성찰과 열매를 남겼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백신개발로 금년새해에는 지금의 어려움들을 이겨나간다해도 앞으로 또 다가올 제2의 코로나를 극복하는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인류역사에서 문명처럼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성장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빨라지며, 물리적인 노동이나 인간적 능력의 한계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고,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없을 만큼 놀랍기만 합니다.
그러기에 현실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언제나 경계하며, 때로는 소처럼 우직하다가도 믿음직스러운 꾸준함, 성실함이 새로운 한해를 또 한번의 기회로 여기고, 주어진 빛을 따라 가는 희망의 한해로 시작해 봅시다.
화가의 눈에 비치는 저녁노을은 이따금 구름이 있으면 더 아름답게 노을의 사연을 표현하듯이 인간의 구체적인 일상 즉, 다양하고 굴곡진 인생 경험은 삶의 더 깊은 맛을 내며 주인눈에 드는 초대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 새로운 한해의 축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영적독서
1. 요한 1, 1-18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
2. 마르 1, 1-8 세례자 요한의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