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 앞에서도 자기를 감추려는 존재
주님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창세 4, 9)
예수님께서는 마음속으로 깊이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마르 8, 12)
한생을 통하여 자기 관찰과 자기 안의 세계 안에서 살아갈 수도 있는 피조물, 그 안에서 맘껏 자기만족의 인생관을 펼쳐가는 것이 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겸허한 얼굴을 하고 계속해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자신의 부족함과 결핍을 보완해 가기 위해 수줍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한 손에 가득한 욕심과 자기만의 논리를 담아 존재의 근원을 소홀히 하며 다시금 자기 세계 안으로 나머지의 삶을 굳혀버리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들이 요구하는 기적은 매우 감각적이며, 따사로운 여운이 부족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단순한 술 수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 종류의 기적을 하늘이 허락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 이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제물을 하늘이 반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 하루의 일상 속에서도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따라잡지 못하는 하늘의 신비로운 움직임은 너무나도 거대하며 단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슴에 담아둘 그릇이 작아 죄송하고, 지금까지 이미 허락하신 인생의 선물들만 다시 꺼내는 노력만으로도 나머지 생을 다 보내고도 채우지 못할 것입니다.
무엇이 마음에 가시 돋치게 만드는가? 즉, 그 뿌리가 위로부터가 아니라 놀랍게도 스스로 만들어 온 날들에 놀라고, 오랜 시간, 여러 번 길을 열어주셨는데도 마음이 완고하여 깨닫지 못했던 날들이 너무 많아 이제는 헤아릴 수도 없게 됨을 깨닫게 됩니다.
화려한 제물을 모두 거두어 내고, 주인께서는 단순함과 진실함을 더욱 반기시는 그 마음으로 바라보시기에 어느새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때에는 한없이 부러움을 살 만큼 넘치게 채워주시려 이 순간도 부산하게 움직이시는 마음으로 행복합니다. 주어진 또 한 주간의 선물 기쁘고 행복하게 시작하십시오.
영적독서
시편 13, 1-6 오로지 당신께만 신뢰를
디또 2, 11-15 모든 사람을 위한 하느님의 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