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1베드 5, 3-4)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 19)
교회는 사순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지난해에 코로나 때문에 재의 수요일도 미사를 못하고, 사순시기 전체 그리고 부활 대축일까지 가톨릭 교회의 아름다운 전례를 잊고 생활했는데, 같은 현상이 해가 바뀌었는데도 반복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앙 자체가 약해질 수는 없겠지요. 무엇에 대해서 되돌아보아야 하고, 그 동안 신앙생활이 세상 안에서 어떤 의미였는가를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그리스도 교회의 신원에 대한 우리 각자의 솔직한 질문이 언제나 살아있도록 묻고 답을 찾는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찾아가는 지혜를 얻는 길이 될 것입니다.
복음에서처럼 목자 잃은 양 떼들의 흐트러진 모습, 무질서한 마음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역시 깨어있는 지도자, 언제나 하늘의 뜻을 겸허하게 묻는 지도자는 백성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주면서도 거칠지 않게 돌보아주고, 자기중심적 가치, 세계관에서 이웃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넉넉한 삶을 추구하게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마음의 가시가 돋아나더라도 영원한 빛에 의해 무뎌지고, 혹여 현세적 일상이 그런 마음으로 떠민다 해도 주저하지 않고 다시 돌아설 수 있게 하는 착한 목자와 양 떼들의 푸른 목장의 삶이 되도록 사순시기, 그렇게 희망을 가져봅시다. ‘마음의 그늘’ 하나를 허락하면 그만큼 드리워지는 근심과 인간적인 불안함들이 싹을 틔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시간을 넘나드는 착하신 목자의 양 떼들입니다. 또 한 주간도 목자가 부르시는 영원한 초원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갖추는 은총 충만한 사순 첫 주간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