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계신 분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스바 3, 17)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루카 1, 41-44)
5월 성모성월이 저물어 갑니다. 어떻게들 보내셨는지요? 계절의 여왕답게 어느새 자연의 싱그러움과 푸르름이 깊게 무르익어 더욱 존재의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성소여정안에서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의 인간적인 두려움과 위로부터 내린 은총의 신비를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순명으로 안내했던 엘리사벳의 숨은 삶을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엘리사벳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루카 복음 이외에는 언급이 없습니다. 아론의 자손, 즈카리야의 아내(루카 1, 5)로 밖에는 전해오는 것이 없고, 예수님에게 세례를 주었던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가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아들 세례자 요한의 비운의 운명 그리고 죽음을 온전히 하느님의 구원 계획안에서 소리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 또한 쉽지 않았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성모님께 가려져서 엘리사벳이 겪었던 아들의 죽음(세례자 요한의 순교, 마르 6, 17-29)에서 자신의 죽음의 시간까지 어떻게 남은 삶을 보냈을까에 대한 뒷이야기는 복음서들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엘리사벳과 그의 남편 즈카리야의 인간적인 삶에 대해서 되새겨보고, 기도 안에서 만나보는 것은 한편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의 단면일 수 있고, 세상의 수많은 엘리사벳과 같은 이들을 이해하는 지혜와 관대함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께 대한 신앙의 깊은 이해와 은총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때로는 매우 단순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묵상하고, 섬세하게 이성과 감성으로 더듬어 찾아나가는 열정과 순수한 의지를 키워가는 가운데 그 깊은 의미를 삶으로 통합시켜나갈 수도 있습니다. 5월 잘 마무리하고 더 큰 마음으로 새달, 6월 성심 성월을 맞이합시다.
영적 독서
마태 14, 3-12 세례자 요한의 죽음
지혜 10, 1-14 선조들을 이끌어 준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