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55주년에
시든 꽃 더러운 꽃 고장난 꽃
혹은 잠시 바람에 흔들리는 꽃, 이슬 머금은 꽃 남 몰래 핀 꽃
모두 모여 멀리멀리 성당 쓰레기통 옆에까지 퍼지는
우와- 꽃들의 향기
아무 두려움 없이
죽음보다 진한 꽃들도 피어났구나
서로서로 기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느덧 쉬흔 다섯 개의 꽃 총총 피어냈구나
주님은 티 없는
백만 송이의 장미는 싫어하시지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너나의 상처 보듬고 주님 발 밑에 피어났구나
울긋불긋 경사났네 경사났네
주님도 덩실덩실
저 구석 수줍은 꽃들마저 엉덩이 덩실덩실
모든 꽃들아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는 시들어도 꽃 더러워도 꽃
후년에도 내 후년에도 아무 꽃 아무 꽃
주 발 밑 우리 뜨락에 활짝 피어날 것이니
아자아자
저 맨 끝 자리 눈부시게 빛나는 정수리
그 꽃도 화이팅
앗사앗사 아그네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