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이 시작된 이번 주 내내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리는 듯 며칠째 계속되는 4월의 비가 온 대지를 적시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버린 일상, ‘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는 뜻인 ‘일상’. 그 일상이 그립다. 주차장 같은 출퇴근 시간의 후리 웨이, 함께 모여 한 주의 피곤을 날리며 식사를 나누는 주말의 식당, 햇살 좋은 날의 해변가에 몰려든 사람들, 주일이면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당을 향하던 바쁜 발걸음.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가상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평일의 후리 웨이는 주일 아침보다 더 한산하다.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로 시끌벅적했던 식당가는 고스트 타운이 되어버렸고 텅 빈 바닷가엔 물살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만이 하늘을 난다.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전대사 예식을 거행하신 교황님의 힘겨운 발걸음과 고뇌에 찬 모습은 우리 교회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멎어버린 일상은 비정상적인 또 다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불안함과 두려움이 일상이 돼버린 하루를 맞는다. 하루하루 들려오는 온 세상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온 세계를 두려움으로 덮어버린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렸지만 한편으로는 갑자기 많아진 시간 앞에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며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연일 내리는 비로 습기를 잔뜩 머금은 나무 가지는 하루가 다르게 봉우리를 틔운다.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은 연녹색 고운 색깔로 풍성해져 가고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힘내자고 나누는 지인과의 격려의 인사가 일상이 되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 만으로 만족하도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기도를 노래로 부른 성가를 읊조리며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이겨내고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 모두도 함께 부활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