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메모리얼데이 연휴때면 가던 모로베이 캠핑 대신 엄마를 모시고 3박 4일의 일정으로 중부 사우스 다코타에 위치한 미국의 4명의 대통령의 암각상이 있는 러쉬모어 마운틴과 용맹스러웠던 인디언 전사의 암각상이 진행중인 크레이지 홀스를 방문했다.
첫날 덴버에 도착하여 콜로라도 록키 마운틴의 만년설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만난 빗줄기는 가뭄으로 뿌옇게 시야를 가린 엘에이의 탁한 공기와 사뭇 비교가 되었다.
여행중에 만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보는 것 또한 여행이 주는 묘미 인것 같다.. 삼십여명 남짓한 일행의 대부분이 연세가 있는 분이었는데 큰누나로 불렸던 유쾌하기 이를데 없던 그레이스 아주머니 작은 누나로 불렸던 미아 아주머니의 입담으로 함께한 일정 내내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친절라고 재밌는 가이드 싸이먼씨, 남편과 나와 동갑으로 중,고등학교를 내가 다녔던 동네에서 함께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더욱 친근감이 느껴졌다. 미국 국립 공원의 폐치를 자켓 앞,뒤 그리고 소매에 붙이는 센스가 돋보였는데 그 옷을 보며 아이린이 하는말 “엄마, 아저씨도 브랜든처럼 보이스카웃이야” 하하하 !!
다정하고 따뜻한 눈매를 지닌 운전사 셀리아줌마. 아이린이 버스에서 오르내리며 칭찬을 연발한 최고의 드라이버라는 찬사에 걸맞게 여행 코스를 살짝 바꿔가며 볼거리를 제공하는 센스가 돋보였다.셋째날 방문한 러쉬모어 마운틴에서 산 기념 동전을 아이린에게서 선물받고 그것을 잃어버려 밤새 고민 했다는 셀리 아줌마는 다음날 차에 오르며 운전석 자리에 떨어져 있던 그 코인을 아이린이 다시 주워서 건내자 미안해 하면서도 어찌나 좋아하던지...자폐를 가진 동생을 두었다는 셀리 아줌마는아이린의 수많은 질문과 행동을 다정하고 편안하게 받아 주셨다.
세상은 넓다는 것을 하루 종일 달려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푸르디 푸른 와이오밍주의 평원를 보며 실감했다. 내가 사는 서부는 이미 말라버려 황금 벌판이지만 비가 자주 내려 촉촉해진 중부의 벌판은 파릇파릇한 녹색의 벌판이 일상의 피곤이 몰려올때 꺼내서 먹는 비타민씨 처럼 내 마음에 오래 오래 간직될 것 같다.
러쉬모어 마운틴의 대통령 암각상에 이어 만들어 지기 시작한 인디언 전사 크래이지홀스의 암각상은 새겨지기 시작한지 60년이 되어 간다는데 언제 완성될진 아무도 모른단다.
정부의 도움없이 도네이션과 입장수입으로만 암각중인 이곳은 깨어있는 역사의 잘못를 반성할줄 아는 미국인 코작 지오로브스키와 그의 가족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러쉬모어의 큰 바위 얼굴이 워싱턴 디씨를 향하고 , 그들이 밀어낸 인디언 전사 크래이지 홀스의 손은 그들의 성지였던 러쉬모어를 향하고 있음을 보며 고요를 깨우며 이룩한 영광 뒤에 터전을 빼앗긴 인디언의 희생이 이루어낸 이 나라의 역사를 보며 후대는 어떤 모습으로든 공존하며 살게 되지만 기억해야할 역사의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반성해야 함을 느꼈다
마지막날 덴버를 향하는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콜로라도주의 파란 하늘과 뭉개구름 그리고 잔뜩 물기를 머금은 벌판이 참 아름다웠다. 저멀리 보이는 비구름 기둥이 그런 모습인줄 처음 보았다.
마지막 코스로 자연적인 붉은 암석으로 둘러싸인 야외 공연장 red rocks를 돌아보며 자연이 선사하는 선물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많은 뮤지션들이 이곳에서 공연했을때의 밤하늘이 얼마나 맑고 쏟어지는 별빛은 또한 얼마나 찬란했을까?
죤덴버. 비틀즈의 오래된 공연 사진이 과거로의 여행으로 이끄는 듯했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휴식이다 그러나 여행의 마지막은 그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일상으로 돌아감으로 마무리 된다는것을 기억하자 엘에이를 향하는 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