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 서있습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을 향한 나무들에서
서둘러 내어 놓는 결실의 열매가
얼마나 눈물겨운 몸부림 이었는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가로수의 파란 잎들은
또 다른 색깔로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타는듯한 태양빛을 피해 그늘을 찿던
여름날의 치열함이 어느새 느려진 발걸음처럼
여유로운 바람으로 다가 옵니다.
똑같은 거리, 똑같은 풍경, 똑같이 그 길을 걷는 사람들,
이제는 다른 느낌의 옷으로 갈아 입고 있습니다.
분주히 내딛던 내 인생의 여름도
엷어진 낙엽빛의 여유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