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9월의 차가워진 밤공기에서 느낀다. 이제는 입에 담기에도 불편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푹 풍속에 여전히 우리의 삶이 휘둘리고 있고 앞으로는 더 큰 문제들이 생길 거라는 불안감도 늘어가고만 있다. 한두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이 상황이 길어지면서 세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우리 또한 적응해가고 있음에 놀랍기도 하다.
성당의 연세가 드신 어머님들이 몸담고 있는 안나회에서 매주 어머니들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득히 먼 예전의 일들로 느껴진다. 어떻게들 지내시고 계신지, 틈틈이 전화로 안부를 여쭤보기 시작했다.
삼십 분도 넘게 최근의 생활을 얘기하시는 어머니, 너무 반갑다며 교무금과 안나 회비를 못 내서 안타까워하시는 어머니, 자녀들도 이웃도 만날 수 없어서 우울해하시는 어머니,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만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일주일에 한 번씩 성당에서 미사 드리고 친구들 만날 수 있었던 그때가 너무 그립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공통의 바람을 이야기하셨다.
다행히도 몇 분은 유튜브에 올려진 신부님의 미사 동영상으로 미사를 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전체 회원수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기도만 하고 있는데 어쩌지?’ ‘ 영성체를 못해서 제일 속상하지..’ 하시는 어머니들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서 지금은 편하게 하세요. 하느님도 아세요 라며 말씀은 드렸지만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전화 통화로 밖에 대화를 할 수 없는 우리의 어머니들이 처한 상황이 화나고 속상하다. 세상 모든 분야에서 운영 방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신앙 공동체 역시 온 라인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움직여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제 곧 상황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지 난 몇 달을 뒤돌아보면 막연한 기대였을 뿐이라는 현실을 접하며 돌봄이 필요한 우리의 부모님들을 위해 신앙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그분들의 외로움과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나 자신 그리고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전화 한 통에 수없이 감사하다고 하시는 어머니들의 환한 목소리가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