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치 카렌으로 불렀던 제이 선생님이 하느님 곁으로 가신 지 십여 년이 지나갔다.
제이 선생님과 나와의 우정은 십 오 년 전으로 돌아간다. 성품이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매사를 정확하게 처리하시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귀 기울여 들어 주시던 제이 선생님은 나의 아버지와는 많이 달랐다. 제이 선생님과의 소통은 아버지한테서는 느끼지 못한 부분들이라서 비교도 되고 부러운 마음이들어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나는 제이 선생님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선물해 드렸다. 브랜다이즈 대학의 노교수가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며 제자인 미치가 화요일이면 디트로이트에서 보스턴 외곽의 도시 웨스트 뉴턴의 모리 교수의 자택으로 찾아가 삶과 나눔 그리고 죽음에 관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은 책이다.
지난주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는 매일 밤 아껴가며 읽었다. 모리 교수와 미치가 나눈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십 년 만에 제이 선생님께 받은 이메일 복사본을 꺼내 보았다. 입원하시기 전까지 사 년여간 나누었던 이메일이 책 한 권은 될 것 같은 편지를 나는 십 년이 넘게 읽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읽지 않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왠지 제이 선생님과의 우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사십 대 초반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면서 때론 숨이 막히게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 번씩 쉼표를 찍어주던 제이 선생님과의 편지는미치가 모리 교수를 만난 것처럼 나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미치가 모리교수를 마지막으로 찾아간 화요일, 모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들이 하나 더 있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나를 미치 카렌으로 불렀던 제이 선생님이 내 아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던 나의 바람은 제이 선생님이 췌장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끝이 났고 지금은 멀리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언덕 위에 아버지와 이웃하며 잠들어 계신다.
모리 교수가 미치에게 내가 죽으면 작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나무 밑 나의 무덤에 와서 얘기를 나누어 달라고부탁한다. 미치는 어떻게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고 묻는다. 모리 교수는 말한다.
“자네가 얘기하면 내가 들을게”
이제 나는 우정은 세월이 지나도 삶과 죽음을 넘어 영혼의 만남으로 지속한다는 걸 깨달아가는 나이가 되었고 가끔 들르는 아버지의 무덤 건너편 제이 선생님 무덤 앞에서 얘기한다. 미치처럼.
모리교수가 주는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나눔과 사랑이었다. 제이 선생님의 마지막도 그러했다. 죽음도 삶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았던 모리교수가 생명처럼 여겼던 그 말씀,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